한국어 바로 쓰기-조사
한국인들은 말할 때 높임법이 가장 까다롭다고 대답합니다. 문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건 조사와 어미를 포함한 기능어 사용법이랍니다. 한국어는 서구 언어처럼 어순에 의하지 않고 어휘에 조사나 어미를 붙여 문법적 기능을 하게 합니다. 그런고로 '나를 밥이 먹는다'와 같은 실수는 없을테지만 기능이 비슷한 조사를 엉뚱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네요. 이런 부분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개념 정리를 하자면, '조사'는 명사, 대명사, 수사에 붙어서 이 놈들이 문장안에서 주어, 목적어, 서술어, 부사어, 관형어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 역할 수행에 따라 또 나뉘는데 주격, 목적격 또는 주사격, 관형격이 되도록 하면 '격조사' 격조사 처럼 쓰이면서 앞말의 의미를 한정하는 '보조사' 어휘와 어휘를 연결하는 '접속 조사'가 있습니다. 바로 격조사와 보조사의 기능이 겹치는 경우가 있어서 이 부분에서 문장을 잘못 쓰게 된다네요.
보조사를 잘못쓰면 의미를 첨가하는 노릇을 하기 때문에 '격에는 맞지만 상황이나 의미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 중 특히 '은(는)'과 '이(가)' '에'와 '에서' 에서 실수가 자주 난답니다. 그럼 이걸 구별하는 법을 살펴보죠.
(1) '이'와 '은'
어학자들은 대체로 '이'를 주어를 만드는 조사인 '주격 조사' '은'은 주제어를 만드는 '보조사' 또는 '특수 조사'라고 이름 붙였어요.
설명해볼까요. 한국어에는 영어처럼 행동의 주체를 알리기보다는 설명의 대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장 구조가 매우 많습니다. 행동의 주체를 알리기 위해 쓰는 것이 주어라면 설명의 대상을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주제어입니다. 그래서 행위의 주체를 나타내는 주어에는 주격 조사 '이(가)'를 설명의 대상이 되는 주제어에는 보조사 '은(는)'을 붙입니다.
1. 사람이 누워서 잔다.
2. 사람은 누워서 잔다.
1은 사람의 현재 행위를 즉,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을 묘사하려면 반드시 1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2는 사람이 어떤 동물인가에 관심을 가진 문장입니다.
그러니까 '이'는 묘사문에 쓰이고 '은'은 설명문에 쓰입니다. 그러나 묘사문에는, 설명문에는 무조건 '이', '은'으로 문장을 쓰는 건 위험합니다. 그보다 글쓴이가 객관적 사실을 쓴 건지 생각을 넣어 특별히 설명한건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볼까요?
1.영수가 누워서 잔다.
2.영수는 누워서 잔다.
1은 객관적 사실만 2는 다른 누구가 아닌 영수가 누워 잔다는 글쓴이의 관점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글쓴이가 어떤 문장을 특별히 주제어로 삼는 건 독자가 그것에 궁금하게 생각할 것으로 보고 설명해주는 거죠. 그래서 2는 주제어 '영수'에 대해 독자가 이미 알고 있지만 '누워서 잔다'는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정보이죠. 이 점이 서술어의 내용을 안다는 전제하에 주체가 누군지 알리는 주어와는 기능이 다른 거죠. 그러니까 1에서 '누워서 자는' 것이 바로 '영수'인게 중요한 것이고 2에서 영수가 '누워서 잔다'는 것이 중요한 거죠. 그 행위를 영수가 하는 거고요.
반복하자면 행동의 주체를 알리기 위해 쓰는 것이 주어라면 설명의 대상을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주제어입니다. 즉 '영수가'는 주어 '영수는'은 주제어입니다. 그리고 주어 '영수가'는 새로운 정보이고 누워 잔다가 알려진 정보입니다. 주제어 '영수는'은 처음부터 알았던 정보이고 영수를 설명하는 누워 잔다가 새로운 정보입니다.
주어는 문장의 첫머리나 가운데에 자리할 수 있습니다.
1. 한국 사람들이 김치를 좋아한다.
2.김치를 한국 사람들이 좋아한다.
1은 자연스러운 어순으로 된 문장이고 2는 어색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어떤 반찬을 가장 좋아하는지 질문한다면
2는 맞는 문장입니다. 이와 같이 어순을 바꾸려면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1번처럼 쓰는 것이 자연스럽죠.
3.김치는 한국사람들이 좋아한다.
굳이 어순을 바꾸려면 3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목적어 '김치를'이 주제어'김치는'으로 바꾸었을 뿐인데 첫머리에 나온 것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글쓴이가 어떤 성분을 주제어로 바꾸면 그는 주제어를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집니다. 그래서 주제어는 문장의 첫머리에 나오게 됩니다. 반면 주제어 문장에서 주제어를 설명하는 핵심 서술어는 언제나 문장 맨 끝에 옵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주제어 관형어 핵심서술어
주제어 문장은 주제어와 그걸 설명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설명하는 부분의 핵심어는 서술어이고 문장 끝에 오며 나머지는 목적어,부사어, 관형어인데 주제어와 핵심서술어 가운데 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제어와 핵심 서술어의 호응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첫해부터 말을 배우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이 배움은 계속된다.
이 문장 어떠세요?
'인간은'~'계속된다'가 호응되지 않습니다.
'배움은'~'계속된다'가 호응하죠.
이 문장에는 주제어가 두 개인거네요. '인간은'의 서술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이 됩니다.
고치면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첫해부터 말을 배우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배움을 계속한다.
가 됩니다.
'은'에는 주제어를 나타내는 기능 외에 대조적 기능이 있습니다.
1.얼굴이 참 예쁘군요.
2.얼굴은 참 예쁘군요.
1은 듣기에 참 기분 좋은 말이죠. 얼굴이 예쁘다잖아요. 그런데 2는 매우 불쾌합니다. 얼굴 이외의 부분은 어떻다는 거죠? 이렇게 '은'은 다른 것과 구별하여 그것만을 대상으로 삼는 의미적 특성을 가진답니다.
1.얼굴이 참 예쁘군요. 다리도 예쁘고요.
2.얼굴은 참 예쁘군요. 다리도 예쁘고요.
그래서 2는 어색한 문장이 됩니다. 한국어는 과감하게 생략할 수 있습니다.
1. 자장면 주세요.
2. 난 짬뽕
2번처럼 상대가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웬만한 것은 다 생략합니다. 이러한 문장 성분 생략보다 한국어를 더욱 한국어답게 하는 문장 요소가 '은'과 '들'입니다.
*어서들 오시게.
'들'은 아무 성분에나 붙어서 의미만 더해 줍니다. '은'은 카리스마 자체입니다.
*나는 빨간 장미가 좋다.
이걸 영어로 번역할 수 없습니다. '나는 빨간 장미를 좋아한다.'로 의역해야죠. 의미는 통하지만 한국어의 맛은 떨어집니다. 이러한 문장을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주제어 '은'입니다. 문장 머리에 '은'이 나타나면 그 뒤에 오는 모든 것은 주제어와 분리되면서 주제어를 설명하기 위해 총동원됩니다. 그래서 '은'은 그 뒤에 단어가 오든, 구가 오든, 절이 오든 모든 것을 다 지배하죠.
(2)'에'와 '에서'
있다, 계시다, 살다, 머무르다 와 같은 동사는 동사이면서 실제로 동작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동사는 장소와 밀착되어 그 장소에서는 그 행동이 지속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래서 이런 동사와 조사 '에'가 결합합니다.
달리다, 놀다, 보다 따위의 동사는 활발한 활동이 눈에 보입니다. 이러한 동사는 '에서'와 붙어 사용됩니다.
그런데 '살다'라는 동사는 '에' 와 '에서' 모두와 친합니다. 다만 '에'와 사용되면 정적이고 수동적이 의미로 '에서'와 사용되면 동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로 인식되죠. 그런데 한국인은 '살다'를 활동하기보다 거주하는 개념으로 간주해 대부분 '와 함께 쓰입니다. 또는
1.그는 서울에 왔다.
2. 그는 서울에서 왔다.
'에'가 붙으면 그 장소로 다가가거나, 장소를 목표로 하는 의미이나 '에서'는 그 장소에서 출발하거나 멀어지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우리 중에 뽑아야 한다.
에서 잘못된 부분은 '중에'를 '중에서'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정한 무더기에서 분리되어 하나가 선택되기 때문이죠. '에'는 선택의 의미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입니다.
*우리 중에 뽑힐 만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위 문장은 올바른 문장이 됩니다.
외국어를 직역하여 읽거나 쓰던 버릇 때문에 '에'와 '에서'를 엉뚱하게 사용하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에 다름 아니다' 와 '~에 틀림없다' 입니다. 조사 '에'는 다르다나 아니다와 함께 쓰이는 일이 없습니다. '와/과'와 '다르다'가 함께 쓰이죠. '~에 다름 아니다'는 '무엇은 무엇이다'를 멋지게 표현하려 한 것인데 이를 한국어답게 고치면 '~과 다름(이) 없다' 가 됩니다. 그리고 '에'는 '이 약은 몸에 좋다/나쁘다' 경우처럼 특별한 경우 외에는 형용사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틀림없다'는 '그렇다'를 확신에 찬 표현으로 바꾼 것인데 '에'가 아닌 '~이 틀림없다' '~이 분명하다'로 써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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