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글쓰기]
1인 미디어 블로그
세상을 향해 방백하기
인터넷 항해일지를 뜻하는 블로그. 해외에서는 이미 유행하고 있다는데…. 국내에서도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블로그 글쓰기의 이모저모.
블로그! 하루가 멀다하고 인터넷 관련 기사에 블로그가 등장하고 있다. 도대체 블로그란 무엇인가. 블로그(blog)는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항해일지 기록을 뜻하는 로그(log)가 합쳐진 신조어다. ‘웹로그’란 말은 1997년 11월에 존 바거(www.robotwisdom.com)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로그라는 단어는 최근 ‘옥스퍼드’ 사전에 ‘인터넷 1인 매체’를 뜻하는 단어로 수록되기도 했다. 그밖에 에반 윌리엄스가 만든 블로거닷컴(bloger.com)에서는 블로그를 ‘일기처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짧은 글들로 이뤄진 웹페이지’라고 설명했다. 흔히 블로그를 이용해 글을 쓰는 행위를 ‘블로그 한다’고 하며 블로깅하는 사람을 ‘블로거’라 부른다.
그러나 블로거라는 새로운 매체를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을 오랫동안 사용했거나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조차 블로그에 대한 명확한 상(像)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형태상으로 보면 블로그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웹페이지와 비슷하다. 최근에 쓴 글을 목록의 가장 위에서 확인할 수 있고 방문자로부터 답글도 받을 수 있다. 텍스트가 주를 이루며 링크를 통해 거미줄처럼 웹상의 다른 콘텐츠들로 옮겨다닐 수 있다. 형태적으로 게시판이나 웹페이지와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블로그만의 특성을 맛보고자 한다면 실제로 블로그를 운영해보는 것이 지름길이다.
인터넷회사에서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나는 외국에서 블로그 마케팅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블로그와의 긴 인연이 시작됐다. 바이러스 마케팅, 토네이도 마케팅 등 다른 마케팅의 기법들은 서적이나 사례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지만 블로그 마케팅은 좀처럼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블로그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이제 막 관심을 얻고 있는 분야라 좀처럼 자료나 사례도 찾기 힘들었다. 여기저기 웹사이트를 전전할수록 블로그의 실체는 점점 더 두루뭉실해졌다.
도대체 블로그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가.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과 비즈니스는 또 무엇인가. 게릴라 언론 매체이기도 하고 심지어 치매치료에까지 이용된다는 블로그.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얼굴의 블로그가 점점 더 나를 끌어당겼다. 일단 블로그 겉핥기를 멈추고 ‘블로거 닷컴’을 직접 이용해 보기로 했다.
블로그와의 어색한 첫 만남
흔히 블로그의 장점으로 개설과 이용이 쉽다는 점을 드는데, 실제 블로그 개설은 아주 쉽다. 막상 곤란한 상황은 설치 이후에 부닥뜨렸다. 눈앞에 나타난 블로그는 아무 내용도 없는 백지와 같았다.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블로그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블로그를 개설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미 블로그 내용의 반은 채운 것이나 다름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추천해봤지만 초라한 겉모습과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해외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설치형 블로그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앞서 블로거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모여 블로그와 관련한 정보를 주고받는 위크(weblogs in korea, 줄여서 wik로 불린다. wik.ne.kr)가 큰 도움이 되었다. Rss며 트랙백이며 이름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블로그의 기능이나 설치 과정에 생기는 문제의 해결법을 위크를 통해 배웠다.
막상 설치까지는 성공했지만 어떻게 운영하는지 헤매고 있을 무렵 다른 블로그들이 특정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내게도 주제가 필요했다. 검색엔진에서 찾아보니 이미 다양한 주제로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개설해놓았다. 그중 ‘구글’이라는 검색 사이트를 다룬 블로그는 영어, 일어, 불어로 운영 중이었다. 예전부터 구글 사이트에 관심이 있었기에 이 기회에 한국어 구글 블로그를 개설하기로 마음먹었다. 주제를 정하고 나니 블로그의 성격도 확실해졌고 글쓰기도 한결 수월했다.
블로그 공간도 마련하고 주제도 정했으니 이제 블로그에 첫 글을 남길 차례다. 처음부터 많은 글을 올리기는 힘들기 때문에 예전에 작성해놓았던 내용을 옮겨 콘텐츠를 확보한 후, 차츰 주제와 관련한 뉴스를 스크랩했다. 블로그는 매일 들어와 일기처럼 쓰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내용을 채우는 데 뉴스만큼 좋은 소재도 없다. 뉴스를 스크랩하다 보니 구글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져갔고 나중에는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을 덧붙일 수도 있게 됐다.
내용이 어느 정도 채워졌을 때 처음 주제 선정에 자극이 된 외국 블로그의 블로거에게 이메일로 ‘한국어 구글 블로그’의 존재를 알렸다. 단 몇 줄의 편지였지만 그는 다음 날 자신의 블로그에 내 블로그를 소개하는 글을 남겨 주었다. 블로그를 통한 외부와의 첫 소통!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블로그를 시작한 보람을 느꼈다.
솔직히 블로그를 개설하고 몇 달이 지나도록 글 한 줄 띄워주는 방문자가 없었다. 실망스럽지만 묵묵히 충실한 내용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구글에 관한 국내뉴스만으로 부족해서 외국의 뉴스 사이트를 뒤져 구글 뉴스를 퍼왔다. 차츰 나의 블로그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어디선가 나의 블로그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이 왔다. 프랑스의 구글 블로거가 보낸 것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내 블로그를 링크했으니, 자신의 것도 링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금방 링크를 걸고 영어로 간단한 답장을 보냈더니 자신의 블로그에 나에 대한 글을 남겨 주었다. 하지만 불어로 쓰여진 그 글에서 아는 단어라곤 Core′e밖에 없었다. 블로그에 원문을 올려놓았더니 방문자 중 한 사람이 해석을 달아주었다. 이런 일은 네티즌에게 그리 신기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나눔은 블로그만의 매력이라기보다 인터넷의 강점이라 해야 할 것이다.
블로그의 일반적인 쓰임새
나는 여러 각도에서 블로그의 강점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한정된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해봤으니 이제 다른 것을 시도해볼 차례였다. 이번에는 따로 주제를 정하지 않고 일기를 쓰기로 했다. 블로그 제목도 내 별명을 붙여 ‘이장 di-a-log’로 명명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풀어놓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맨 처음 남긴 글이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내용은 ‘후다닥~~ 후다닥~~’하는 의태어가 전부였다. 그러나 ‘후다닥 후다닥’으로 시작한 블로그가 벌써 첫돌을 넘겼다.
이처럼 주제를 갖고 블로깅 해보고, 주제 없이도 블로깅 해보며 블로그의 재미에 빠져들 즈음, 이라크전쟁이 일어났다. 언론이 연일 이라크전 소식을 머리기사로 다룰 때 ‘살람팍스’라는 필명의 인물이 블로그를 통해 전장의 상황을 생생히 전한 것이 화제가 됐다. 전쟁 덕분에 블로그가 무엇인지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외국사례를 들어 블로그를 소개하는 기사들이 늘어나면서 ‘1인 언론’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물론 블로그를 개인이 주체가 되는 하나의 매체로 본다면 블로거는 그 매체의 편집장이 되는 셈이다. 블로거는 웹을 서핑하면서, 신문을 읽으면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소재를 접하게 된다. 블로거는 그 수많은 소재 중에서 선택하고 기록하면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글을 모으고, 또 자신의 관점과 차이가 있는 부분들을 숨김없이 쓴다. 편집과 검열에 대한 권한은 블로거 자신에게 주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1인 언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스컴이 소개하듯이 블로거들이 사회성이 강한 이슈와 특정주제를 가진 블로그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블로거들은 오히려 일기와 같이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기를 즐긴다.
다르게 이야기하기, 트랙백
블로그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대하는 태도에서 기존 미디어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여기서 블로그 고유의 ‘트랙백’ 방식을 살펴보자.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기타 의견이나 추가 의견이 원래의 글과 한 장소에서 뒤섞인다. 예를 들어 안락사 문제로 토론이 벌어졌을 때 안락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글이 게시되면 그 밑에 찬성과 반대 의견이 함께 붙는다.
그렇다면 블로그의 ‘트랙백’ 방식을 이용해 의견을 올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누군가 자신의 블로그에 안락사에 관한 글을 남긴다.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블로그로 돌아가 안락사에 대한 글을 남긴다. 그리고 처음글과 자신의 글을 연결하는 표시를 해둔다. 이렇게 해서 처음 안락사에 대한 의견을 남긴 사람은 트랙백을 따라 이동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읽어볼 수 있다. 의견과 의견을 연결하며 거대한 링크집단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프로토콜을 ‘트랙백’이라 한다.
트랙백 방식을 이용하면 모든 글이 자신의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에 일일이 글을 남긴 장소(각종 인터넷 게시판)를 기억하거나 다시 퍼서 보관해 두지 않아도 된다. 또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보는 것처럼 답글이나 댓글이 주제에 관계없이 한 장소에 모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글 공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사실 게시판 글 가운데에는 의견 개진이 아니라 감정의 배설로밖에 볼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열린 공간이라는 이유로 감춰진 이름 뒤에서 쉽게 배설하고 간 흔적을 보는 일은 결코 즐겁지 않다. 이런 점에서 트랙백은 인터넷의 글쓰기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트랙백을 통한 의견개진은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확실하기 때문에 무책임한 배설의 흔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배설을 했다 해도 블로그는 1인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노출의 정도는 미약하다.
블로그를 통해 하는 이야기는 연극의 독백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관객을 의식하는 방백에 더 가깝다.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혼자서 떠드는 기분이겠지만 이내 이야기꾼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들 사이에 느슨하지만 질긴 연대가 형성된다.
여섯 단계만 거치면 블로그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연결된다고 한다. 일단 블로그를 해보면 그 말이 실감난다. 이제 블로그는 내 삶의 허브다. 블로그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를 한 번에 크게 확장시켜 주었고, 일단 확장된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잔가지가 계속 뻗어나왔다.
앞서 밝혔듯이 내가 처음 블로깅한 주제는 ‘구글’이었다. 구글 관련 글들을 모아 게시하는 수준의 블로깅에서 단계를 밟아 비즈니스 검색서비스, 검색엔진 마케팅, 검색엔진 최적화로 관심의 영역이 넓어져 결국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마케팅 홍보 업무와 연결됐다.
개인적으로 블로그의 위력을 실감한 것은 ‘촛불 시위’다. 미군 장갑차로 죽은 두 소녀를 추모하기 위해 사람들이 거리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을 때 한 시민단체가 이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영문편지를 작성했다. 나는 이 글을 입수해 외국의 블로거들에게 띄웠다. 며칠 후 웹마스터라고 밝힌 한 외국 네티즌이 답장을 보내왔다. 자신은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국가를 대신해 사과한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의 마지막 말은 “Thank you for openning my eyes”였다.
블로그, 느슨하지만 질긴 네트워크
또 다른 일화는 내가 그토록 멋지다고 생각해온 구글 로고 디자이너로부터 직접 메일을 받은 것이다. 구글은 관례에 따라 특별한 날을 기념해 구글 메인 페이지에 있는 구글 로고를 바꾸는데, 그 로고를 디자인한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블로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국어 구글 화면에 몇 개의 오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글사로 메일을 보냈더니 놀랍게도 구글 로고 디자이너가 직접 답장을 보내왔다. 그는 자신이 한국인 2세를 제외하면 구글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했다. 한글로 메일을 쓰는 것이 익숙지 않은 점에 대해 이해를 구했고 한국에도 구글 블로그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내용이었다.
블로그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는 수준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블로그 관련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블로그 개설이 훨씬 쉬워졌다.(상자기사 참조)
처음에는 다른 이들의 블로그를 구경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일단 개설하고 나면 블로그의 용도는 무척 다양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글을 적어보기도 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를 적기도 한다. 영화평이나 독후감을 올려놓고 같은 영화나 책을 본 사람들로부터 답글을 기대하는 재미도 있다. 블로그의 내용은 부부의 육아일기일 수도 있고, 교사와 학생들이 만드는 학교이야기일 수도 있다. 경영자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는 블로그는 어떤가. 관심분야의 정보를 한곳에 저장해 두는 일종의 ‘창고’로 활용해도 된다.
지금 이 글을 다 읽어가는 시점에서 문득 블로그를 개설하고 싶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면 당장 시작할 것을 권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자신만이 느끼는 블로그의 매력을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쯤 해서 나름대로 블로그의 정의와 매력을 다른 사람에게 설파하는 ‘블로그 바이러스’가 된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여기서 끝맺지만 남은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에서 계속된다.
블로그 개설 도와주는 국내 사이트
블로그는 홈페이지에 비해 텍스트 중심으로 운영하기 좋고, 최근의 글부터 보여주며, 관리하기 쉽다는 점에서, 칼럼·일기 등을 지속적으로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블로그를 쉽게 무료로 개설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인 NATE, HANMIR, YAHOO, NAVER, EMPAS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개시했다. NAVER의 경우 blog라는 명칭 대신 paper라는 명칭으로 서비스 중이다.
blogin.com, blog.co.kr는 전문적으로 블로그를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사이트이다. 이런 사이트들은 외국의 블로그처럼 간결하면서도 꼭 필요한 요소의 서비스를 중점으로 하고 있다.
그 외 크레이지블로그, 엔토이, 인티즌마이미디어 등에서는 홈페이지와 유사한 형태로 개량되었거나, 사진 업로드를 목적으로 하거나, 팬과 스타를 이어주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개성 있는 블로그를 서비스하고 있다. 설치형 블로그를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다수의 블로그 서비스는 서비스 해당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해야 이용가능하다.
김유진·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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