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종교-사상의 현 단계 : ‘문화열’과 현대신유가
1979년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정치 경제만이 아니라 사상 부문에도 서구의 비이성주의(非理性主義)와 인도주의 (人道主義)가 들어왔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으며, 『사람아, 아 사람아』 같은 문학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그 밖에 서구 마르크스주의, 니체의 생철학, 사르트르의 실존철학, 시스템이론,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사조가 유행하면서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사태로 치달았다. 그 가운데 마르크스주의를 인간론으로 해석한 서구 마르크스주의는 계급투쟁설이 중심이던 문화대혁명과 중국마르크스주의 전통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서구사상의 유행이 사회변혁논쟁인 ‘문화열(文化熱)’과 연관되어 있다. 중국인들은 5.4신‘문화’운동, ‘문화’대혁명, 사회주의 신‘문화’건설처럼 밖으로부터의 충격을 논쟁을 통해 문화 차원에서 반성하고 대안을 제기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낙후된 현실 속에서 전통과 사회주의 그리고 개혁개방 문제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문화열’의 시작이었다. 이 주제는 5.4 신문화 운동기에 제기되었던 문제와 비슷하다. 다만 5.4시기가 서구 제국주의 문화와 중국 봉건 문화의 충돌이었다면, 1980년대는 서구 자본주의 문화와 중국 사회주의 문화와의 충돌이었다.
그 가운데 철저재건론은 5.4시기의 ‘전반서화론(全般西化論)’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표 논자는 김관도와 감양이며, 그들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시스템이론(System-theory)?무산구조론(霧散構造論,Chaos-theory) 같은 최신 사회과학 방법과 자연과학 방법론을 이론의 밑받침으로 삼았다. 그들은 1988년 방영된 TV다큐멘타리 ‘하상(河觴, 황하의 죽음)’을 통해 황하와 용으로 상징되며 ‘초안정구조(超安定結構)’를 갖고 변화를 거부하는 대륙문명 중국과 쪽빛(藍色) 해양문명으로 상징되는 서구자본주의를 비교하면서 전자를 후자로 완전히 바꾸어 철저하게 재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문화를 유기적 시스템으로 파악하여 시스템의 한 부분만 변화시켜서는 근본적인 변화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당으로부터 ‘부르주아 자유화의 주범’이라고 비판받았고 ‘반전통파’ 또는 ‘민족허무주의’라는 낙인이 찍혔다.
다음으로 비판계승론의 대표 이론가는 장대년, 임계유, 이금전 등은 모택동사상 성립사 속에서 이론을 세워온 전통사상 연구자들이다. ‘비판계승’이라는 표현은 모택동의 『신민주주의론』에 근거한다. 모택동은 봉건 전통에서 알맹이(精華)와 찌꺼기(糟粕)를 구분하여 전자는 계승하고 후자는 비판할 것을 주장하였다. 비판계승론자들은 ‘철학사방법론 논쟁’과 ‘전통유산계승’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론을 정식화시켰다.
1957년 풍우란(馮友蘭)은 고대사상에 들어 있는 추상의미와 구체의미 가운데 추상의미만 계승 가능하다는 ‘추상계승법’을 주장하였고 관봉(關峰)은 유물론은 유물론만 계승하고 관념론은 관념론만 계승한다는 ‘각자계승설’을 주장했다. 비판계승론자들은 풍우란의 견해는 우편향이고, 관봉의 견해는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면서 비판과 계승의 양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비판계승론자들은 낙후된 중국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서구문화 가운데 부패한 부분을 떼어내고 현실에 유용한 과학과 민주만 들여와야 하며, 전통에서 찌꺼기와 알맹이를 구별하여 비판적으로 계승하자고 한다. 비판계승론의 주장은 그들이 비판한 ‘중체서용’의 사회주의적 변형으로 보이기도 하며, 기회주의적 속성이 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이 논리는 사회주의를 중심에 놓고 자본주의와 전통을 조화하려는 현대 중국 공산당의 입장과 연결되어 있다.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유파는 유학부흥론이다. 그들은 5.4시기 ‘동방문화본위파’와 그 이후의 ‘현대신유가’로부터 기원한다. 대표 논자는 두유명, 성중영, 유술선 등이다. 그들은 성리학을 중국의 정통사유로 보고, 중국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정신 생명의 계승에 의한 전개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통해 주고받는 도통론(道統論)을 긍정하고, 중국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중국문화의 부흥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전통의 부활만이 서구 자본주의와 현실 사회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의 배경인 유교자본주의론은 동아시아의 신흥 공업 국가들의 발전에 유교문화의 가족주의, 성실성, 근면성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유학부흥론과 유교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지향과 연결되어 있다. 유학부흥론에 대해 ‘중체서용론’의 재판이며 변화된 모습의 국수주의라는 비판도 있고, 문화보수주의, 복고주의, 도통론에 근거한 관념론적 역사관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중화민족의 끈질긴 자존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음으로 5.4신문화운동에서 전통주의를 계승한 현대신유가는 모종삼, 서복관, 당군의 등이 중심인물이다. 그들은 유가 도통의 계승과 학술 선양을 자기의 임무로 삼는다. 그들은 성리학을 존중하고 유학의 심성론(心性論)을 중국학술문화의 원류이자 큰 흐름으로 여긴다. 유학을 주체로 서양문화를 흡수, 융합, 개조하고자 하며, 과학주의를 반대하고 강한 도덕주의를 표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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