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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디지털시대의 글쓰기] 커뮤니티 세계의 글쓰기 법칙 (김유진)

수호천사1 2011. 3. 24. 14:55

[디지털시대의 글쓰기]

온라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커뮤니티 세계의 글쓰기 법칙


커뮤니티는 공동의 놀이터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몇몇 사람들과는 아주 특별한 관계를 쌓기도 한다. 좋은 커뮤니티는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남의 글을 읽기보다 쓰고 싶어지며, 다른 사람과 좀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싶어진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주 글을 띄우는 것이다.

 

나는 소니 PDA 사용자 커뮤니티인 클리앙넷(clien.net)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운영진 업무의 절대 시간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회원수가 1만2000명이 넘는 대형 커뮤니티에서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오는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쓰기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인터넷 글쓰기 중에서도 커뮤니티 글쓰기는 또 어떻게 다른가. 여기서 커뮤니티의 정의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커뮤니티(community)는 보통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특정하게 제한된 사람들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뜻한다. 기존 인터넷이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된 망이라고 한다면, 커뮤니티는 정보와 함께 ‘인간적 관계’가 존재하는 곳이다.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성은 사용자들의 유기적인 인간관계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그곳에 사람들이 왜 접속하는가’라고 물어서 ‘같은 취미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해’라고 대답한다면 그곳이 바로 커뮤니티다. 이런 이유로 커뮤니티는 흔히 ‘정보공동체’라고 번역한다.

 

좋은 커뮤니티에서는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일상적인 생활 공간과 마찬가지로 몇몇 사람들과 아주 특별한 관계를 쌓아가기도 한다. 사실 좋은 커뮤니티는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내가 클리앙넷에 가입한 동기는 PDA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PDA 사용이 일반화되지 않을 때여서 PDA 사용자 모임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했다. 가입 후 4개월 동안 PDA를 사용하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질문/답변 코너에 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PDA에 관심이 많다 보니 꼭 내 기종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기종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 이것저것 기종을 바꿔가며 관련 지식을 익혀나간 덕분에 어느새 새로 가입한 사람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줄 수준이 됐다. ‘감사합니다’라는 한 줄 글에 힘이 생겨 더욱 열심히 활동했다. 차츰 커뮤니티와 나는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단계를 넘어 자유게시판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했다. 처음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 지 3개월, 가입한 지 8개월쯤 지나 나는 클리앙 운영진에 합류했다.

 

좋은 글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

 

커뮤니티에서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좋은 글’의 특징을 다음 5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자신이 잘 투영된 글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글이 좋다. 커뮤니티는 개인의 글과 자료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정보와 자료들이 자신을 투영할 경우,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꼭 그 커뮤니티의 주제와 내 글의 주제가 일치할 필요는 없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게임 이야기를 쓰면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간다. 자신이 가장 즐겨 하고 잘하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써나간다면 커뮤니티 진입은 일단 성공적이다.

 

2. 누구나 읽기 쉬운 글

 

오프라인 모임도 있지만 커뮤니티의 주무대는 온라인이다. 당연히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대부분 ‘그 사람이 쓴 글’의 내용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내가 작성한 글로 평가받기 때문에 적어도 커뮤니티 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나 앞뒤가 맞지 않는 문맥 등 다듬어지지 않은 글은 결국 사람들을 당신의 글로부터 떠나게 만든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 쌓여가다 보면 커뮤니티 안에서 겉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3. 나를 대변하는 표현 방식

 

이모티콘(문자, 기호의 조합을 통해 얼굴을 형상화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고유한 말머리, 말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는 자신의 글에 독특한 형식을 부여하여 그 형식을 유지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 글은 누구의 것’임이 확실할수록 커뮤니티에서 더 많은 사람이 기억해준다.

 

4. 게시판 규칙 준수

 

커뮤니티들은 나름대로 글쓰는 방법에 대한 명문화된 규칙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 성적 표현, 욕설, 게시판 용도에 맞지 않은 글, 연속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글을 올리는 ‘도배’ 등이 금지되어 있다. 이런 규칙들은 대개 이전 VT통신 커뮤니티에서부터 유래된 것이다. 그 외에도 커뮤니티만의 예절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에 따라서는 외계어나 하오체가 일상적인 곳이 있지만, 클리앙넷은 이런 어투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 용량이 큰 자료를 업로드하지 않는 것, 사진을 올릴 때 가능하면 한 번에 다 올려주는 것 등을 기본으로 하는 곳도 있다.

 

5. 성실한 글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글에 충실한 것이다. 대충 쓴 글은 대충의 관심밖에 끌지 못한다. 최선을 다해 쓰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소라고 볼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인사성이 밝고 명랑하게 지내야 한다. 커뮤니티는 실제 사회와는 다르게 공정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베푼 만큼 돌아온다.

 

소재는 무한대, 그러나 정확함이 생명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좋은 글쓰기는, 커뮤니티가 전면에 내세운 주제에 관한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의미하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커뮤니티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는 무한대로 자유롭다. 오히려 문제는 쓰려고 하는 주제를 위한 소재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떤 형식으로 쓰는가다.

 

나의 가방에는 핸드헬드 PC 계열의 PDA 모디아가 늘 들어 있다. 바로 켜서 사용할 수 있고 키보드가 달려 있기 때문에 뭔가 갑자기 떠올랐을 때 그 내용을 정리하는 데 편리하다. 작은 디지털 카메라도 하나 들어 있는데, 역시 재미있는 것을 보거나 마음에 드는 풍경이 나타나면 즉시 촬영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PDA에 적기 어렵거나 마음에 드는 음악을 우연히 들었을 때를 위해 녹음 기능이 부가된 MP3 플레이어도 하나 가지고 다닌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사실 한번 떠오른다고 해도 쉽게 잊어버리게 되므로 이런 도구들의 도움을 얻는 것이 좋다. 나는 이렇게 틈틈이 기록해두는 것을 ‘시간을 잡아두는 방법’이라고 이름붙였다.

 

연재 형식으로 길게 써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기본적인 레이아웃부터 한다. 나는 비디오게임이나 음악에 관한 글을 주로 쓰는데, 이때 글의 형식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한 기준에 의해 글을 쓴다. 이로써 일관성이 생기고 다음날 이어서 쓰거나 기간을 일정하게 두지 않더라도 글 자체에 통일성이 생긴다. 음악에 관한 글은 감정적인 내용들과 앨범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게 되기 때문에, 대개 처음에는 내 감상을 적고 이어 앨범의 곡들, 마스터링, 앨범에서 아쉬운 부분들과 장점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글을 구성한다. 만화 리뷰도 비슷하게 감상과 구성, 연출과 그림체 순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누군가의 글을 읽다가 또는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을 때도 있다. 이런 글에는 특별한 형식을 두지 않는다. 며칠 동안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다면 근황을 간단히 몇 줄로 적어나가는 경우도 있다. 신변잡기적인 이런 종류의 글에는 많은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제목을 붙인다.

 

온라인 글쓰기의 특징을 흔히 ‘즉흥성’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각종 리뷰나 기획글을 쓸 때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뽑아내려면 먼저 소제목을 나열하고 글을 작성한다. 지금 이 글 역시 이런 방식으로 작성됐다. 이 글에 사용된 소주제를 살펴보자. 인터넷과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글쓰기를 관찰하는 입장, 자신이 생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쓰기,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 찾기, 커뮤니티에서 글쓰기, 커뮤니티에서 작성하는 글이 갖춰야 할 요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등등.

 

온라인 글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인터넷의 특성상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쉽게 글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확해야 한다. 만약 얻은 정보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명시해주는 것이 좋다. 얻어온 정보는 내용의 정확성뿐 아니라 출처의 정확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저작권을 보호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소한 정보의 출처를 명시하는 것이 예의다. 출처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나 홈페이지일 경우 간단히 사이트 링크만 걸어줘도 충분하다.

 

쓰기보다 관리가 어렵다

 

온라인에서는 글을 다 썼다고 끝이 아니다. 올린 글에 대한 피드백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커뮤니티의 핵심 기능이다. 자신이 쓴 글이지만 가끔 다시 들어가 문제 부분을 수정하고 수정 여부를 명시해주는 것이 좋다. 새롭게 달린 코멘트에는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도록 한다.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의 글이므로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내 경우 글을 쓴 다음날 꼭 확인한다.

 

때로는 자신의 글에 달린 답글이 상식적이지 않고 감정을 자극하는 비난일 경우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개인정보를 알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책임감 없이 상대방의 글에 감정적이거나 비이성적인 답글을 달아놓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커뮤니티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글을 삭제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이용자의 접근을 막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행동은 어떤 커뮤니티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보다는 그 표현 방식에 먼저 기분 나빠할 것이다. 커뮤니티는 공동의 놀이터다. 논리적이고 친절하며 명확한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터무니없는 비난의 글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삭제를 요청하거나 운영진에게 신고하도록 한다.

 

온라인상의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화면에 있는 글과 그림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어떤 글이 다른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그런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대개 실수한 것을 인정하는 사람일수록 커뮤니티에 빨리 적응한다. 명확한 논지를 가진 타당한 비판은 수용하고 자신의 의견을 후술한다. 어떤 비판이나 반론이 내 글과 별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되어 논의하고 싶지 않다면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제 글의 목적과는 이러이러하게 어긋납니다’라고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다.

 

댓글을 통한 피드백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면대면(face to face)과는 다르게 글로 하는 이런 대화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있어 훨씬 유용할 수도 있다. 어떤 회원들은 마음에 드는 글을 다른 온라인 사이트나 개인 홈페이지에 옮겨놓아도 되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읽힐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즐겁고, 내 글이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재미있다.

 

사실 커뮤니티에서 글쓰기는 실질적인 보상과는 관계없다.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큰 보상은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키는 작업 자체의 기쁨이다. 커뮤니티에서 글쓰기는 커뮤니티를 이해하는 과정이자 과정의 결과물이 된다. 자신의 글이 곧 자신의 얼굴이고, 연결고리다. 다른 만남에 비해 단지 글과 말로만 이루어지는 관계맺기이니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티’를 찾아 편하고 솔직하게 글을 쓰다 보면 새로운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개성 찾는 몇 가지 방법

 

고유의 이름 아이콘 갖기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에서는 이름 아이콘이나 말머리, 말꼬리 등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름 아이콘은 게시판 작성자의 이름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으로 약 100×50픽셀 정도로 제작된다. 자신이 직접 만들 형편이 아니라면 주위에 부탁한다. 작은 gif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경우 움직이거나 색이 변화하는 효과도 줄 수 있다.

아이콘 외에 말머리나 말꼬리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게시글의 맨 위나 맨 아래에 일정한 문구를 지속적으로 삽입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꿈을 찾는 사람, 자신의 아이디’ 하는 식으로 온라인 명함처럼 사용한다. 홈페이지 배너나 자신의 이메일에 활용하는 명함 이미지 등을 붙여두는 사람도 있고, 간단한 텍스트와 이모티콘 조합으로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커뮤니티 터줏대감 되기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사람이 인기 있는가. 커뮤니티에서 특정 역할을 찾아내면 쉽게 터줏대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작가’는 카툰, 칼럼, 소설, 유머 등 자신이 취미로 하고 있는 활동을 적극 연재하는 사람이다. 연예, 정보통신, 시사 등 각 분야에서 최신 정보를 퍼오는 사람은 ‘뉴스메이커’, 특정 주제에 대해 백과사전식 지식을 보유하면 ‘전문가’로 통한다. 그 주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당연히 ‘전문가’를 찾는다.

새로 가입한 사람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글에 답글을 올리는 사람은 ‘마당발’이 될 자격이 있다. 마당발의 기본 자질은 인사성과 명랑함이다. 커뮤니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앞잡이’가 필요하다. 앞잡이는 말 그대로 커뮤니티 내에서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오프라인 모임에 빠지지 않고 ‘번개’(비정례적인 오프라인 모임)를 주도해서 활성화하고 정모에 나온 사람들을 규합해 논다.

김유진·자유기고가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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