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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재미를 잡은 기획서
기획서의 성공은 ‘문장력’에 달렸다
기획서를 쓴다. 직장생활에서 너무나 익숙한 일이다. 상사의 지시나 회사의 요청에 의해, 아니면 스스로 뭔가 계획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서를 쓴다. 그런데 기획서란 무엇이고 또 기획이란 무엇인가.
기획(企劃) : ‘아직까지 없거나 어떤 새로운 일을 이루기 위해 미리 짠 얽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하되, 주로 국가 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사용한다.
계획(計劃) : ‘미래의 일에 대한 좀더 조직적이고 세부적이며 실천성을 고려한 얽이’를 뜻한다. 그러므로 기획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하나의 세부적 방침까지를 이를 때도 있다. (동아새국어사전)
‘기획’과 ‘계획’의 차이는 아무도 모르는 지형에서, 아무것도 없이 길을 헤쳐가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먼저 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지형지물을 판단하고 방향과 목표를 정해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지도를 그리고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 기획이며, 이동의 방법이나 시간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세우는 것이 계획이다. 회사가 당신에게 기획을 요구했다면, 당신의 ‘통찰력(insight)’을 신뢰하고, 당신이 바라보는 목표와 방향성을 공유하며 함께 그곳으로 향하겠다는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다.
언제부턴가 기업 구인광고 자격 조건란에 ‘제안(기획)서 작성 및 프레젠테이션 가능한 자’라고 명시된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취업 준비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이 이 말의 의미를 문서 작성을 위한 워드프로세서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슬라이드 작성 프로그램을 잘 사용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기획서 작성 능력이란, 단순히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기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사고 능력과 함께,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한마디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능력이다.
기획서란 충분한 지식과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설득 기술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비즈니스 분야에서 ‘글쓰기의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기획이란 멀리 바라보고 지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 또 초등학교 때 배운 기본적인 글쓰기 분류법으로 볼 때 기획서는 ‘주장하는 글’과 ‘설명하는 글’의 적절한 조합이 돼야 한다. 직면한 문제와 목표 및 방향에 대해서는 글쓴이의 주장을 펼쳐야 하며, 그 문제와 목표 및 방향성의 논거를 설득하기 위해 또 기본적인 문제 그 자체에 대한 이해와 대응의 방향성을 적절히 설명해야 한다.
화려한 기획서의 역효과
열심히 만들었고 정말 좋은 기획서라고 자신했지만 막상 조직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원인은 냉정하게 말해 그 기획서가 재미 없었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합리적인 논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적인 공감을 끌어내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보다 먼저 고지에 올라 발 아래 펼쳐지는 지형을 크게 그려서 조직원들에게 보일 때는 무엇보다 정확함이 우선이다.
그러나 기획서의 역할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직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함은 물론,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 분명히 밝히고 나아가 그 방향과 목표를 위해 즐겁게 일하도록 만드는 ‘재미있는 기획서’가 돼야 한다. ‘재미있는 기획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번에 눈길을 끌지 못한 기획서는 다시 펼쳐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둘째, 논리적 설득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재미있는 기획서는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 실질적인 행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뭔가 일을 전개하고자 할 때 “일단 기획서를 보내주시고, 한번 보고 말씀 나누도록 하지요”라는 말이 나오기까지는 일사천리다. 하지만 그후 정말 진지한 만남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자, 나 자신 도형들과 아이콘, 뻔한 도식화로 가득한 기획서를 얼마나 꼼꼼히 살펴보는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전화번호부 한 권 분량의 기획서(혹은 제안서)를 찍어내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이 경우 ‘써낸다’는 표현 대신 ‘찍어낸다’는 쪽이 더 어울린다. 이런 기획서일수록 온갖 도식, 도형, 도표로 화려하게 치장하게 마련이다. 요즘 기획서들은 파워포인트와 같은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한 슬라이드 편집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기획서들은 대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도표 속에 갇힌 몇 줄짜리 단문보다 차라리 소박하게 워드프로세서로 간단히 제작한 문장 중심의 기획서가 더 낫다. 왜 그런가.
예를 들어 두 개의 서로 다른 조직이나 회사가 공동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할 때, 슬라이드형 기획서는 흔히 각 조직이나 회사를 나타내는 본래의 로고나 아이콘을 양쪽에 배치하고 두 개의 순환하는 화살표로 각각을 이어주는 표현 방식을 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제공하고 각각 취하는 바를 역시 그림이나 아이콘, 혹은 간단한 단문으로 나열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지만 결코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반면, 도식이 아닌 작성자의 말과 같은 형식의 문장으로 된 기획서는 기획서 그 자체로 충분히 설득과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 간결하지만 확실한 문장은 화려하고 직관적인 도식·도표보다 효과적이다. 마치 만화보다 소설이 독자들에게 더 크고 깊은 상상력을 요구하고 그것이 일으키는 감정이입 효과가 훨씬 더 큰 것과 같은 이치다. 한마디로 감동적인 기획서는 ‘문장력’에서 나온다.
기획서 잘 쓰는 사람은 특별한 게 있다
기획서 잘 만드는 사람을 묘사하자면 만화 ‘스머프’의 주인공들 ‘투덜이’ ‘공상이’ ‘편리’ ‘허영이’를 합쳐놓은 듯한 모습일 것이다.
투덜이나 공상이 유형은 ‘자발적인 기획’에 능하다. 물론 대안 없이 불평만을 늘어놓는 이들은 여기에 속하지 않으나, 통상 현재 상황에서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는 투덜이 같은 이들과, 당장은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공상이들은 남들과 같은 생각에 머물지 않는다.
공상이들은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역시 그에 따른 새로운 대안을 내놓곤 한다. 굴지의 컨설팅 회사에서도 중견급(senior) 컨설턴트들은 잘 훈련된 방법론을 통해 안정적이지만 조금 ‘뻔한’ 대안을 내놓는 데 비해, 신입(junior)들이 오히려 참신하고 혁신적인 접근법을 내놓는 것과 비슷하다.
편리 스머프는 항상 연필을 귀에 꽂고 다니며, 실질적인 혁신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캐릭터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에게 자발적인 기획력이 샘솟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획자에게는 허영이 스머프의 자질도 필요하다. 바로 자신감 때문이다. 기획서의 기술은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도취하는 면도 필요하다. 마치 허영이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워서 웃듯 기획자는 자신의 기획서를 보며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한다. 기획서는 기획자 자신이며, 자신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획서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의 감정이란 전염성을 갖기 때문이다.
기획자가 경계해야 하는 유형은 똘똘이 스머프다. 똘똘이처럼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마치 자기만 아는 듯 지루하게 풀어내면 곤란하다. 투덜이와 공상이처럼 조금 다른 각도에서 관심을 유발하고, 편리와 같이 실용적으로 접근·진행하며, 허영이처럼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기획서를 써낼 자질이 있다. 그럼 이제 기획서 작성으로 들어가 보자.
대담한 구상과 치밀한 기획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한참 업무를 익힐 무렵, 상사로부터 이런 충고를 들었다. “모든 일(프로젝트)은 대담한 구상, 치밀한 기획, 세심한 실행의 순서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치밀한 기획’ 단계에 가기도 전에 ‘대담한 구상’ 단계부터 이미 ‘세심한 실행’을 고려하여 본인도 모르게 현실에 짜맞춘 ‘소심한 구상’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많다. 특히 기획자가 프로젝트의 구상부터 실행까지 전과정을 담당해야 하는 작고 역동적인 조직일수록 그렇다. 결국 ‘대담한 구상도’도 ‘세심한 실행’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담지 못하는 애매한 기획서가 나오는 것이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비교적 명확한 실행의 단계를 빼고는, 누구도 어디까지가 구상의 단계이고, 어디서부터가 기획의 단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필자의 경우 인위적으로 나누기보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이용한다. 기획서를 세 부분으로 구분하고(물리적으로 분리된 3장의 종이나 파일 또는 폴더를 이용한다) 각각의 장에 ‘대담한 구상’ ‘치밀한 기획’ ‘세심한 진행’의 내용을 담는다.
1장 : 대담한 구상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완전한 문장으로 큰 그림을 그리듯 기술한다. 이 장에서는 세부적인 부분은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성공이 어떤 결과나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하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 장의 목적은 앞서 얘기했듯이 기획자와 조직원들이 공유하며 실행해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간단한 메모로 시작하겠지만 ‘대담한 구상’만큼은 첫 단계에서부터 완성된 형태로 만든다.
2장 : 치밀한 기획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획서의 내용이 여기에 담긴다. 거시적인 목표와 함께 단계별 도달점, 그리고 이를 위해 주요한 필요사항과 방법론을 정의하고, 전체적인 일의 흐름과 일정에 관한 내용들이다. 이 장에서는 호소력 있는 문장이 기본이지만, 필요에 따라 도식·도표·그래프를 넣어 이해를 돕는다.
3장 : 세심한 진행
간단하고 명료한 단문 형태로 영역별로 해야 할 일의 리스트(to do list)와 영역별 체크 리스트(check list), 그리고 세부적인 일정(schedule & time table)을 담기 위한 장이다. 단 리스트나 스케줄 작성과 중간중간 실행과정에서 특별히 주의할 부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은 누구나 읽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기술해놓는 것이 좋다.
기획서에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정리해서 보여줄 것인가는 상황과 요구에 맞추면 된다. 새로 착수할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단계라면, 1장 ‘대담한 구상’ 수준에서 기획서로 꾸며도 충분하다. 보통 기획서라 하면 2장 ‘치밀한 기획’까지 담거나 이를 중점으로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첫 장의 것이 전제되어 있느냐다. 첫 장의 내용이 빠져서는 안 되며 첫 기획서가 아닐 때도 반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 장의 내용을 다시 실어서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기획이 계획으로 발전하는 단계부터는 3장 ‘세심한 진행’이 반드시 요구된다. 또 프로젝트 초기 단계라도 제안을 하는 입장에서 작성한 기획서의 경우 처음부터 ‘준비된’ ‘철저한’ ‘전문적 실행 능력을 가진’ 등과 같은 인상을 주어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면 첨부형태로 적절한 수준의 셋째 장을 정리해서 담아주면 효과적이다.
목차 잡기의 장점과 허점
꼭 기획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실용적인 글쓰기 방법론에서 첫 단계가 ‘목차잡기’다. 글쓰기에서 목차잡기란 짜임새 있는 글쓰기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 그 이점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목차잡기가 간혹 호소력을 갖기 위한 짜임새 있는 구성에 치명적인 허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기획서를 작성하는 이가 큰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기획서를 써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 항목 한 항목 그저 목차를 메워나간다는 심정으로 기획서를 작성하게 되는 경우다.
보통 제안서라는 이름이 붙은 기획서들은, 첫 장에서 제안 조직을 소개하고, 그 다음 프로젝트의 개요를 간략하게 보여준다. 이어서 현황·문제점·사례·대안·방법론(제안사항-본론) 등을 차례로 기술한 후, 기대 효과와 일정을 보여주는 순서를 따른다. 사실 이런 기획서들은 받거나 써야 할 때 답답함을 느낀다. 왜 다른 조직과 일을 꾸미는데 항상 이쪽 조직을 먼저 설명해야 하는가. 오히려 상황과 필요에 따라 함께 그릴 그림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방법에 먼저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 조직의 소개만 해도 기획의 용도에 따라 그때그때 부각시켜야 할 강점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목차를 먼저 세우고 기획서를 쓰는 경우, 특히 기획서 작성 그 자체가 목차에 따라 분업화되는 경우, 기획서의 흐름과 목적보다는 항목 하나하나의 구성에만 충실한 기획서가 되고 만다.
정부나 몇몇 기업의 경쟁 입찰과 같이 제안서의 목차까지 분명하게 명시하여 기획(제안)서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음 세운 목차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작성 중 가능한 한 자주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에 읽고 더욱 효과적인 설득과 공감을 위해 그 항목과 순서를 재구성해서 더 나은 모양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좋다.
때로는 ‘현황·문제점·대안’ 또는 ‘전제(문제제기)·방법론(구상)·결론(기대효과)’과 같은 흐름으로 기술하겠다는 큰 줄기의 계획만을 세우는 것이 더 좋은 기획서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목차가 아니라, 어떻든 목표를 달성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또 어쩔 수 없이 목차가 정해지고 문장기술보다는 많은 부분이 도식으로 이루어진 기획(제안)서라도 첫 부분 ‘프로젝트 개요’라는 제목의 항목은 가능한 한 매력적인, 완전한 문장으로 기술하는 게 좋다. 그래야 보는 이가 머릿속에서 분명하고 명쾌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때 읽는 이의 마음을 빼앗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면 ‘그럼 어떻게?’라는 의문이 생기고 끝까지 관심을 갖고 읽는다.
자발적인 동기에서, 특히 상사의 지시나 입찰 또는 프로젝트 요청과 같은 외부 조직의 요구로 기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하는가 명확하게 감이 잡히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말 그대로, 아는 만큼 보이며 보이는 만큼 생각하게 되고, 또 생각하는 만큼 써지게 마련이다. 결국 아는 만큼 쓸 수 있는데, 어떻게 잘 모르는 일에 대해 지식을 습득하고 뭔가 일이 되도록 꾸며 쓸 것인가.
충분한 경험과 훈련 받을 기회가 없이 현장에 투입된 기획자들이 이때 흔히 택하는 방법이 인터넷 주요 검색 포털에서 몇몇 키워드를 입력하여 웹검색을 한 후, 거기서 나온 일련의 자료들로 적당히 목차를 세우고 ‘말 만들기’와 ‘구색 맞추기’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지금과 달리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지 않던 시절, 개인의 검색 숙련도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확연하게 달랐던 때에는 이런 식의 접근법이 유리했다. 하지만 단순한 키워드 검색은 물론, 문장에 지식까지 지능적으로 검색해주는 시대에 검색 수준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도대체 뭘 써야 할지 막막할 때
평소 인터넷에서 개인의 관심과 업무영역에 맞는 자신만의 정보원(情報源; database 혹은 library)을 갖는 것은 필수지만, 딱히 없을 때는 주요 검색 포털에서 키워드 검색을 하기보다 차라리 카인즈(kinds.or.kr)와 같은 종합 뉴스 데이터베이스를 꼼꼼히 훑어보는 게 낫다. 의학과 같이 매우 세부적인 전문 지식이 아닌 이상, 비즈니스 기획서에서 다룰 모든 소재의 경향성(trends)은 10년 이상 내용이 축적된 종합일간지와 경제일간지의 데이터베이스가 유용하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니터에 뜨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원문기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단 나열된 사실적 정보값과 그 행간(行間)을 읽어가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좀더 부지런을 떤다면 도서관으로 가라. 인터넷은 새로운 정보에 거의 무제한 접근이 허용된다는 강점을 지니지만 당분간은 정보와 지식의 축적에서 도서관을 넘어설 수 없다. 매일 수십 종의 다양한 신간이 나오며 특히 순수학문 이외에 ‘설마 이런 것도?’라고 놀랄 만큼 다양한 실용학문 분야의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필자가 도움을 받고 있는 ‘나만의 비밀 지식창고’ 중 하나가 다양한 분야의 학위논문들이다. 그 논문이 학문적 영역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기획에 유용한 지식과 정보가 되고 있다.
평소 종합일간지를 비롯한 자기영역의 정기 간행물을 꾸준히 읽고 적어도 국회도서관(www.nanet.go.kr)의 인터넷 주소는 기억해 두어야 한다. 또 기획서 작성을 위해 책상 앞에 앉아 하염없이 모니터만을 바라보지 말고 때때로 밖으로 나가는 습관도 필요하다.
기획서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물론 기획력이요 앞서 몇 번씩 강조한 문장력이다. 하지만 ‘기획서의 완성’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뭔가 부족하다. 완벽한 기획서는 없다. 그러나 완벽하게 보이는 기획서는 있다.
요즘에는 맞춤법은 기본이요, 문법까지 자동으로 수정해주는 고성능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덕분에, 띄어쓰기나 오탈자와 같은 기초적인 실수도 어느 정도는 피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발빠른 신기술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용어와 표기법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 e-mai, email, Email, e-Mail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경우 어느 쪽이 맞느냐를 따지기보다 그 글에서 가장 효과적인 표기법이 무엇인가, 또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느냐에 주의해야 한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좋으며, 오해를 줄이고 상황에 따라 전문성을 드러내야 할 때는 원어로, 혹은 한글을 기본으로 쓰되 괄호 안에 원어를 쓰는 병기법 등이 효과적이다.
또 회사나 상표는 나름대로 각각의 올바른 표기법이 있다. 예를 들면 SK Telecom 혹은 SK텔레콤으로는 표기하지만, SK telecom이나 sk telecom이라고는 쓰지 않으며, ‘한국수자원공사’는 모두 붙여 쓰는 것이 맞고 ‘한국 수자원 공사’나 ‘수자원공사’라고는 표기하지 않는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앞에서는 ‘컨텐츠’라고 썼다가 뒤에 가서는 ‘콘텐츠’라고 표기하는 등 표기법이 뒤죽박죽이면 기획서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여전히 기획서의 작성은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인가. 어쩌면 그것은 적성의 문제일 수도 있다. ‘대담한 구상’과 ‘치밀한 기획’보다 ‘세심한 진행’ 쪽에 더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실행 단계 역시 프로젝트의 성공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좀더 높은 곳에서, 좀더 넓은 곳을 바라보고, 가고자 하는 길을 스스로 정하고 싶다면 결국 지도는 스스로 그려야 한다. 누구나 기획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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