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지역연구 동향과 세계선교
마민호
I. 도입
올해로 한국선교 125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그간 세계가 주목할 만한 큰 선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선교하는 교회로 정착하였다. 국내적으로 민족 복음화를 위한 선교 활동뿐 아니라 세계를 향한 복음 전파에 온 교회가 한마음으로 참여하였다. 국가, 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민족 복음화와 세계선교의 두 가지 과제를 균형 있게 수행한 결과 한국교회는 국내적으로는 세계에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경험하였으며, 국제적으로는 세계 각국에 2만 명이 넘는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하나님께서 맡기신 과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그 발전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하고자 하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2010 NCOWE Ⅴ 선교전략회의룰 계기로 한국교회가 그간 선교역사의 공과를 돌아보고, 나아가 한국선교계가 세계선교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전반적인 논의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매우 다행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가 당시 서구 선교계가 갖고 있었던 그때까지의 선교 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2010 NCOWE Ⅴ 선교전략회의는 세계선교의 대상국에서 벗어나 선교 주도국의 자리로 나아온 한국교회가 마지막 시대의 선교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그간 125년의 선교역사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선교전략적 도약을 모색하는 매우 중요한 대회가 될 것이다.
본 발제는 이러한 배경 아래 한국교회와 세계선교라는 주제의 세부주제의 하나로 준비되었다. 많은 세부주제 가운데 그간 한국선교의 성과 이면에 늘 꼬리표처럼 붙어 있던 선교전략의 부재, 선교시스템의 부재, 효율적인 네트워크의 부재의 원인을 체계적인 선교지역연구의 부재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그간 한국 선교계의 선교지역연구 동향과 발전과제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125년의 한국선교가 선교지역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원인을 적절한 선교전략을 도출할 근거가 되는 선교지역정보와 종족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고, 동시에 이러한 정보가 부족했던 근본 원인은 정보를 수집하고 생산하기 위한 선교지역연구가 부족하였기 때문이었으며, 아울러 제한적으로 생산되어 있는 선교 정보들이 이러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단체들간에 적절하게 공유되고 활용되게 하는 종합적인 선교정보네트워크가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출발하였다.
본 발제는 우선 선교지역연구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하여 설명하고, 선교지역연구가 실제 한국의 선교역사 가운데 어떻게 진행되어왔는가 발전동향을 정리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한국선교지역연구의 발전단계를 평가하고 앞으로 한국의 선교지역연구 발전을 위하여는 어떤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 선교계와 서구 선교계 그리고 2/3세계 선교계는 어떻게 상호 협력하고 네트워크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전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선교지역연구의 발전과 선교정보네트워크의 조속한 구축이 이루어지고, 국내외 선교계가 협력하여 실질적이고 적실성 있는 전략적 선교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다만 선교지역연구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평가 받지 못해 오다가 최근에 와서야 그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영역이며, 또 유용한 성과로서가 아니라 보완해야 할 부족한 부분으로서 다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2010 NCOWE Ⅴ 선교전략회의가 목표로 하는 ‘한국선교가 세계선교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찾는 부분보다는 상대적으로 한국선교가 세계선교에 기여하기 위하여 시급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으로서의 의미를 더 많이 갖는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교연구는 지금까지의 부분적인 성과와 199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선교지역연구에 대한 노력으로 향후 세계선교를 위하여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영역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II. 한국교회와 선교지역연구
1. 한국선교에서 선교지역연구의 중요성
현대 선교에서 선교대상지역과 선교대상종족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우선 선교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선교는 현장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선교학은 다른 신학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현장을 더 염두에 둔 학문으로, 선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장 연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 실제에 있어서도 선교는 하나님의 나라 (Kingdom of God), 하나님의 통치 완성의 과정으로, 온전한 다스림을 위해 다스림의 대상에 대한 온전한 앎이 전제되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교는 하나님의 나라 완성을 위한 영적전쟁(spiritual warfare)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으로, 세상 전쟁의 병법에서도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지피지기백전불패, 知彼知己百戰不敗)이 승리의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서는 선교대상지역과 대상종족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수불가결하다. 선교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일체의 전략과 전술의 수립은 곤란하며, 선교지의 정보를 알지 못하면 선교사역을 위한 중보기도도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대한 이해나 정보의 부족으로 현지 적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선교사역의 진행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수많은 단기 선교팀이 선교지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별히 마지막 시대의 남은 과업에 대한 선교는 그 어느 때 보다 선교 현장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은 선교 대상지역의 특징으로는 기독교에 대한 저항이 강한 지역이며 (Resist Belt),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며(Yellow Window), 토착종교의 근본주의와 원리주의가 강한 지역, 민족간의 갈등이 민감한 지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에 대한 유용한 선교전략으로 제안되고 있는 전문인선교(Professional Mission), 통전적 선교(Holistic Mission), 전방위 선교 (Omni-directional Mission), 그리고 전방개척 선교(Frontier Mission)가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교 현장에 대한 실체적이고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아울러 선교가 가지는 시대성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선교 차원에서 경성 힘(hard power) 보다는 연성 힘(soft power)이 더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국선교계가 현재 2만 명이 넘는 선교사를 파송한 세계 2위의 선교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이에 상응하는 연성 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명실상부한 선교강국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선교계가 마지막 시대의 남은 과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선교현장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선교대상지역과 선교대상종족에 대한 바른 조사와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2. 선교지역연구의 의의와 범위
사전적 의미로 연구란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일” 이라 정의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선교연구란 선교의 모든 영역에 대한 탐구활동을 의미하며 그 연구 주제는 모든 선교 활동 영역에 대한 현장 전략과 사역, 본부의 전략과 사역, 그리고 이와 관련된 중보기도 등 모든 사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선교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선교의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제한적이나 선교에 관한 다양한 형태의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교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보다는 긴급한 현장의 필요나 현실적인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제한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다만 신학교를 중심으로 선교사와 목회자의 학위 과정을 통한 선교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결과물들이 실질적으로 선교 사역의 현실적 필요를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교지역연구는 이와 달리 특별히 선교 현장에 초점을 둔 선교연구의 한 영역으로, 선교대상인 선교지, 대상종족의 실체성과 종합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선교를 위한 지식 정보를 축적하는 연구 활동을 말한다. 선교지역연구는 크게는 선교연구의 한 영역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실제 선교는 현장성을 강조하는 분야이므로 상황에 따라 선교연구와 선교지역연구는 중첩되는 연구 영역을 갖는다고 하겠다. 따라서 가능한 일반적인 선교연구와 선교 현장에 주된 관심을 갖는 선교지역연구를 분명하게 구별하려 하지만 실제 맥락에 따라 이 두 가지가 혼용되어 사용될 수 도 있다.
선교지역연구는 20세기 중반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역연구(Area-studies)를 선교적 관점에서 응용한 것으로, 미국이 1,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치의 강대국이 되자 외교 및 군사의 현실적인 필요를 채우기 위해 발달시킨 학문 영역이다. 학문적으로 지역연구는 지금까지의 분과학문(discipline)이 가지는 파편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다양한 범위의 지역을 연구의 대상으로, 역사에 대한 종합성과 실체성을 발견하기 위하여 발전된 연구 영역이다. 지역연구가 국제정치의 현실적인 필요를 위하여 타자(otherness)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것처럼, 영적인 세계경영을 위하여 선교대상지와 선교대상종족의 실체성과 종합성을 이해하고 여기에 근거한 선교전략이나 선교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연구영역이다.
일반적으로 학문(study)의 목적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확실성(certainty)의 증대와 이렇게 발견된 새로운 지식활용의 유용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선교지역연구도 선교지역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발견하기 위한 지식·정보의 생산 영역과, 이것들을 선교적 목적으로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정보의 관리와 공유, 활용영역을 포함하는 연구 영역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한국 선교지역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선교를 거시적 관점으로 보고 선교지역연구를 통해 고급의 정보와 전략이 도출되는 4가지 과정 수준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는 선교현장으로, 선교현장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대상 지역과 사람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기능이다. 둘째는 정보생산 기능으로, 선교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정보, 첩보들이 대학이나 전문 연구기관 등의 정보 생산기관에 의해 맥락적 정보들과 통합되어 고급의 정보와 첩보로 가공되는 단계이다. 셋째는 이렇게 생산된 고급의 정보들이 기독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하여 광범위하게 일반인들에 전달되거나, 특별히 이러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단체나 기관에게 배달되는 보급기능이다. 넷째는 이러한 정보들을 교회나 선교단체, 중보기도 단체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적용하고 활용하는 단계이다.
이 과정 중 선교지역연구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교현장으로부터 제공되는 지속적인 데이터와 정보의 유입이다. 만약 이러한 정보의 유입이 없다면 선교 연구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선교현장에서 선교리서치를 수행하는 리서치선교사나 선교정보를 제공하는 일반 선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2만 여명이 넘는 한국인 선교사 중에 체계적으로 리서치 사역을 담당하는 선교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일례로, 미국의 남침례교단의 선교부(IMB: International Mission Board)의 리서치 기능을 담당하는 ‘글로벌 리서치(Global Research)‘ 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5천여 명의 선교사들로부터 현장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토대로 소중한 정보를 생산해 내고 있다.
III. 한국교회의 선교지역연구 역사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교회는 복음을 수용한 이래 처음부터 민족복음화와 해외선교라는 두 가지의 목표를 열심히 수행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이 선교의 전략적 접근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선교 125년의 역사를 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그 흔적과 그 의미들을 찾음과 동시에 아쉬움으로 남는 한계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한국 선교역사 속에서 선교지역연구의 변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기적 구분이 필요하다. 선교지역연구의 관점에서 한국 선교역사는 크게 1990년을 기점으로 전후를 나눌 수 있는데, 선교정보의 필요를 자체적으로 충족하고자 하는 본격적인 한국 교회의 시도가 이 때부터 일어났기 때문이다. 1990년 이전의 한국선교에서 지역과 종족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여 활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다만 외부 정보를 활용하여 왔던 기록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정보의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정보를 생산하지는 않았어도 외부에서 생산된 정보를 적용하여 전략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은 선교정보의 네트워크 관점에서 유효한 활동으로 본다. 따라서 ‘선교지역연구’의 개념을 정보의 자체적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생산된 정보를 활용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확장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또한 한국선교역사의 시기 구분은 기존의 분류에 따라 개척기(1907-1937), 침체기(1938-1963), 각성기(1964-1980), 확장기(1981-1990)와 그리고 선교지역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한 1990년 이후의 시기로 다섯 시기 로 구분하도록 한다.
1. 선교 개척기(1907-1937)의 선교지역연구
선교 개척기 시대 한국교회의 선교활동은 대부분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따라서 선교 활동에 있어 문화적, 민족적 장벽이 미약하였으므로 선교연구나 선교전략의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1913년 이후로 이어진 산동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방 이전 한국선교는 해외 선교라기 보다는 국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사역의 연장이었다.
경제적, 국가 정책적인 이유로 중국, 일본, 하와이, 남미 등에 흩어져 있던 한인 공동체는 1907년 한반도를 휩쓴 부흥의 물결이 뻗어 나가는 첫 관문이 되었다. 한국교회의 첫 번째 선교사는 일반적으로 1907년 조선 예수교장로회 독노회에서 파송된 이기풍 목사를 꼽는다. 이기풍 목사는 ‘한국교회의 오순절 사건’이라 불리는 1907년의 대부흥운동 이후 세워진 7명의 목사 중 1인으로 장로회의 공식적인 파송을 받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독노회가 왜 제주도를 파송지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해외 지역에 대한 정보가 없고 교통 환경이 좋지 않았던 당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지리적 접근이 용이하였던 요소가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1908년에 감리교에서 북간도로 파송한 이화춘 전도사, 1909년 장로교에서 도쿄로 파송한 한석진 목사, 블라디보스톡으로 파송한 최관흘 목사는 해외의 한인 거주지역 파송을 우선시하는 교단의 정책 하에 있었다. 한국교회가 한인 디아스포라 사역에 먼저 참여하게 된 것에는 타언어와 타문화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었던 한계, 한인 밀집지역을 제외한 지역에 대한 정보의 부재, 한인들의 사역자 파송 요청, 한국교회의 동포에 대한 부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문화와 언어가 동일한 한인 디아스포라 대상의 선교 활동속에서 한국 교회는 선교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인식할 수 없었다.
주목해 볼만한 것은 1913년에 조선 예수교장로회 총회가 공식 선교지를 중국 산동지역으로 결정하고 처음으로 타문화권 타국인 대상의 선교사로 파송한 박태로, 김영훈, 사병순 목사의 사례이다. 총회의 첫 선교지를 산동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중화문명의 발원지’, ‘만인에게 존대 받는 공맹의 출신지’로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으나 확실한 기준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1913년 세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기에 앞서 1912년 장로교 총회는 김찬성 목사를 미리 산동으로 보내 선교 후보지를 답사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 대상지들과는 다르게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없어 아무런 정보가 유입되지 않았던 산동지역에 대한 정보 수집의 필요를 교단 차원에서 인식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교회가 타문화권 선교를 처음으로 시도하면서 현지의 정보에 기초하여 선교사를 파송하였다는 것은 ‘선교지역연구의 효시’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정보에 근거하여 진행된 산동 선교는 여러 가지 교훈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선교사들은 산동으로 건너가서 한국 교회의 소속으로 사역하지 않고, 중국 장로교단의 소속이 되어 중국교회를 개척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중국 교회로 소속을 옮겨 활동 한 것은 이미 산동에 있는 자생적 교회를 돕는 의미에서 중국 장로교와의 마찰을 피하고 안정적인 교회개척 사역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중국 산동지역의 종교와 교회 현황에 대한 선행된 연구를 토대로 준비된 전략이었을 것이다. 선교지역정보에 근거한 산동 선교전략은 현지 교회와 마찰이 없는 성공적인 사역으로 이어졌다. 이 후로도 여러 선교사가 파송되었으나 한인 디아스포라 사역이 역시 주류를 이루었고, 산동 선교는 지속적인 후원과 인력 파송으로 성과 있게 이어져 오다가 1947년 중국 공산화로 끝을 맺게 된다.
2. 선교 침체기(1938-1963)의 선교지역연구
1938년을 기점으로 선교 침체기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이유는 1938년 장로교가 신사참배를 결정하고, 평양신학교가 폐교되면서 한국교회의 선교 역량이 잠재적 정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해방 후 10년 이상 한국교회는 연속적으로 분열을 겪으며 선교사 파송을 위한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몇몇 선교활동 사례가 있었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1956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태국 CCT 교단과의 협약 이행으로 최찬영, 김순일 선교사를 태국으로, 1958년 고신 선교부는 미국정통장로교(OPC)의 제안을 통해 김영진 목사를 대만으로, 1960년 감리교 총리원은 이화여대와 함께 당시 파키스탄 연합교회 감독의 공식 선교사를 초청에 따라 전재옥 선교사를 파키스탄으로 파송하게 된다. 세 건의 사례를 보면, 당시 선교활동은 해외 교단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해외 교단과의 교류를 통해 선교사를 파송했던 것은, 한국선교가 아직 체계적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선교사 파송에 대한 정책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 교단의 요청과 조언을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아주 미약하나마, 한국 교회가 해외 교회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기초적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 준다.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사역 수준에 머물기 보다는 발전적이었으나 외부 기관의 정보와 요청에 의존한 선교 활동의 전개는 조기에 한국형 선교전략과 선교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3. 선교 각성기(1964-1980)의 선교지역연구
선교 각성기는 한국 교회의 분열 이후 다시 해외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이다. 1964년 장로교는 ‘백만신도부흥운동 10개년 계획’을 결의하고 1966년 채은수 선교사를 대만으로 파송하면서 이러한 의지를 표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국내에는 올바르게 갖춰진 선교 훈련이나 선교 현장의 정보 활용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1965년 조동진 박사에 의해 KIM(Korea International Mission)이 설립되면서부터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한 선교훈련이 시작되었다. 조 박사는 미국에서 선교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하여 한국선교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헌신하였다. 당시 KIM을 통해 한국교회에 제공된 정보는 주로 서양의 부족선교(tribal mission) 정보가 주축을 이루었다. KIM의 활동은 1973년 동서선교연구개발원(East-West Center for Missions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설립으로 이어지면서 한국교회에 선교정보와 네트워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소개해 주었다. 조 박사는 당시 한국에서 제 3세계 사역자에 의한 제 3세계선교가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우리가 생산한 현장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형 선교전략이 나올 수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 당시 이러한 고찰이 더 적극적으로 확산되어 각 선교 주체들의 선교 훈련에 대한, 선교정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났더라면 한국선교의 판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 시기 한국 교회는 새로운 부흥기를 맞게 되는데 새마을 운동, 경제 성장, 복음화 운동 등의 요인과 더불어 강력한 선교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70년대 한국교회는 복음화 운동의 시대였다. 1973년 빌리그레함 전도대회는 연인원 5백43만5천5백 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낳았고, 74년 엑스플로74 대회는 연인원 6백55만 명을 동원, 결신자 27만 명을 얻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또한 학생선교단체들의 캠퍼스 성경공부운동, 1977년 민족복음화 성회 등의 흐름은 한국교회에 활력을 더하여 해외선교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시기에 한국 선교의 구도가 크게 달라지게 되는데, 이전의 교단 선교부 중심의 해외 선교를 초월하는 초교파적 선교 운동이 일어나 한국선교에 엄청난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OMF, OM, SIM등과 같은 전문선교단체들이 국내에 지부를 두고 국내선교사를 영입하였고, CCC, IVF, JOY 등 초교파 단체들의 활동이 교단의 그것보다 크게 팽창하였다. 초교파 선교단체들은 선교 전문화와 전략화를 추구한 반면, 교단 선교부는 여전히 목회자 중심으로 문이 좁았고 선교정책이 미흡했다. 당시 한국에 정착한 해외 선교단체들의 지부들을 통해 새로운 선교 정보와 지식들이 유입 되고, 이후로는 서구교회와 단체에 축적된 지식과 정보가 한국 선교의 새로운 체질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국선교의 기반이었던 교단 선교부에 의한 활동들은 시대 변화에 동류하지 못하였고, 개교회 및 선교단체가 선교에 직접 뛰어들게 되면서 이전의 교단 중심 선교 구조는 전복되었다. 따라서 선교연구의 과업도 자연스럽게 선교단체와 이후에 등장하게 될 선교 협의체의 과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교단 선교부에서 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가 일어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시기에, 이 과업이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주체들에게 던져진 것은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또한 서구의 지식과 정보에 접촉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게 된 것도 한국 선교지역연구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4. 선교 확장기(1981-1990)의 선교지역연구
한국 선교사역의 본격적 확장을 맞게 되는 80년대에도 여전히 선교지역연구의 필요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지역에 대한 정보나 전략도 없이 파송된 한인 선교사들은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 보고에 따르면 1981년부터 1990년까지 10년간 예장 선교부에서 파송한 가정 중 83.5%가 중도 탈락하였다. 선교지의 선정에서부터 훈련, 파송 이후의 관리까지 한국 선교의 전반에 흐르는 선교 정책의 부재가 뼈아픈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한국선교의 상황을 반성하며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서구 교회의 선교 시스템을 모델로 한 초교파적 움직임이 일어나 1987년 한국세계선교회(GMF)가 탄생하였다. 이어서 OMF와 WBT(GBT, 1984)와 같은 외국 선교단체의 한국지부 사역이 한국 교회 내 활성화되었으며 HOPE(1989), GPTI(1991)등의 전문적인 선교단체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협력선교를 계기로 교회가 선교단체의 지역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선교 주체가 학생과 청년세대, 전문직장인으로 이전되는 평신도 선교사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선교사와 선교단체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선교가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결국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집중력이 약화되면서 한국선교 차원의 전략적 선교와 네트워크는 더욱 어려워졌다. 선교 인력 동원과 활동은 확장되는 시기였지만, 한국선교의 거시적인 면을 보았을 때는 다소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한 편에서 공유하던 한국교회와 선교계의 몇몇 지도자들은 교단 선교부와 초교파 선교단체들을 아우르는 연합체를 조직하여 전문적이고 방향성 있는 선교를 지향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를 조직하게 된다.
5. 1990년대 이후의 선교지역연구
GMF의 활동과 KWMA의 출범 등 규모 있는 선교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 태동함에 따라 실제로 한국에서 본격적인 선교지역연구가 시작된 것은 1990년에 들어서면서였다. 1990년 GMF 산하에 설립된 한국선교연구원 kriM(Korea Research Institute for Missions)은 한국에서 선교연구를 위해 세워진 최초의 기관으로 각종 외국 서적의 번역과 현장 정보의 수집과 배포, 현장 리서치 훈련 제공 및 세미나 등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전문 연구기관의 모습을 갖추었다. 비록 GMF 산하에 있어 외부로부터의 접근이 다소 제한되었지만, 이러한 기관의 존재는 한국선교연구의 발전에 촉진제가 되었다. 1993년에는 KWMA 산하에 미전도종족입양운동본부 AAP(Adopt A People)가 설립되었다. AAP는 현장 리서치를 통한 미전도종족 입양운동을 추진하며 국내 선교지역연구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해 오다가 1999년에는 훈련원과 정보원 등을 개설하며 전문적인 선교연구 및 선교 리서치 훈련 기관으로 발전하여 UPMA(Unreached Peoples Missions Alliance)로 개칭되었다. UPMA는 KWMA의 정보센터 역할을 담당하며 한국 선교계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선교 협의체들의 연구 활동에 자극을 받은 선교단체들은 단체의 목표 성취와 선교사 파송에 대한 저마다의 전략을 충족시키기 위해 선교연구부서를 운영할 필요성을 느꼈다. 전문인국제협력단(Inter-CP)의 경우 훈련 과정에 ‘지역연구스쿨’을 개설하고 지역연구 방법론과 리서치실습 등을 교육하였고 2006년에 설립된 협력 대학원인 ‘한반도 국제 대학원(Korea University of International Studies)’을 통하여 실제 선교와 지역연구를 연계한 선교단체로 자리매김을 시도하였다. 예수전도단(YWAM)은 따로 선교연구 부서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800여 개의 국제예수전도단 지부들을 통해 타겟 지역과 종족에 대한 정보를 관리, 공유하고 전방 사역자와 후방 중보자에 순환시킨다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선교지역연구를 선교전략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단체들도 나타났다. 중국대학선교회(CUM)는 관문도시(City) - 거점대학(University) - 대상종족(People)에 대한 지역연구라는 ‘CUP’ 모델을 만들어 활발한 연구와 선교 사역을 병행하고 있어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또 두란노해외선교회(TIM)는 2009년, 1기 안식년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한동대학교 국제지역연구소(CIAS)와 협력하여 ‘리서치 선교사 전문가 과정’을 진행하였고, 지난 해 청년전방개척선교사 16명을 선발, 프론티어지역에 리서치만을 위한 선교사로 훈련하여 올해 초 5개 지역으로 파송하였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사람을 보내는 것에만 치중했던 1980년대의 분위기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교단 선교부 안에서도 선교연구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의 경우 1998년 선교국이 총회세계선교회 GMS(Global Mission Society)라는 독립 선교부로 분리되면서 보다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사역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GMS 선교연구소는 1999년 정보연구실로 출범하여 동·서양 선교정보와 자원의 수집과 분석, 그리고 기관간의 연계를 추구해 왔으며 한국 FTT(Finishing The Task)운동 의 거점기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측의 경우에도 교단 선교부의 5대 사역 중 하나로 연구를 설정하고 선교현지 정보와 사역전략의 연구개발 및 지역교회를 위한 선교 컨설팅을 해 오고 있다. 또한 하부에 선교정보연구소를 두고 UPMA, KRIM, GBT 등과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대한예수교장로교 통합은 미전도 종족 선교 위한 훈련, 선교 집중 지역 선정, 선교현지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선교지역연구에 관심을 나타냈고 기독교하나님의성회는 미전도 종족 정탐 훈련을 실행하고 있다. 성결교단 역시 선교정책, 전략 연구개발 및 선교 전문인력 양성추진을 주요한 과제로 삼고 선교연구 전문위원을 양성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독립적으로 선교에 대한 비전을 추구하고 있던 교회들 안에서도 선교연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특별히 교회들이 자체적으로 선교연구를 소화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단체나 전문 연구소와 협력하게 된 것은 한국 선교정보네트워크의 초보적 단계로 의미 있는 변화였다. 창원 가음정교회는 1994년부터 AAP와 협력하여 지난 해까지 네 종족을 입양하여 교회가 단독의 정보 범위 내에서 선교하던 전통적인 방식에 신선한 자극을 가져왔다. 울산교회 해외 선교위원회가 1999년 조직되어 종족입양 선교전략 연구 및 지역 정탐에 대한 교육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오륜교회가 2008년과 2009년 한동대 국제지역연구소와 협력하여 1, 2차 한국선교리서치대회를 개최하고 교회내에 선교정탐학교를 개설하여 교역자와 성도들을 훈련하고 있는 것도 한국교회들의 선교지역연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들이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선교 협력 주체가 있다면 대학과 선교연구소일 것이다. 대학과 선교연구소는 선교사를 직접 파송하지는 않지만 전문적 연구와 고급인력 양성에 집중하며 한국선교지역연구의 양질화에 기여하였다. 총신대학교 선교연구소는 1985년의 이른 시기에 시작되어 저널 발간과 세미나 등의 활동을 지속해왔다. 침신대학교도 1994년부터 세계선교훈련원을 가동하며 선교정보의 수집과 더불어 선교전략을 연구해왔고,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는 부설 기관으로 선교연구소, 북한선교연구소, 지역학연구소를 두어 선교전략을 연구하고 제공하는 기능을 감당하고 있다. 특별히 1973년부터 1999년까지 활동하였던 조동진 박사의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이 2004년 선교학연구소(David Cho Missiology Institute)와 선교기념관의 새로운 구조를 갖추면서 그간의 한국교회에 선교정보와 선교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은 국제적인 선교이슈를 다루는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하며 세계선교의 지도자들과 한국 선교계와의 소통을 이끌고 있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연구소 CIAS(Center for International Area Studies)는 1998년을 시작으로 선교적이고 학제적인 지역연구를 통하여 선교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비전을 갖고 연 2회 선교지역연구보고서 등의 출판물을 간행, 학계와 교계에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교회, 선교단체들을 위한 리서치 선교사 훈련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특별히 2008년부터 한국선교리서치대회를 개최하여 국내 선교지역연구 기관들의 연합과 선교연구 활성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특정 지역과 대상을 위한 선교연구소들도 생겨났다. 1992년부터 시작된 한국이슬람연구소는 여러 편의 저서와 저널, 소식지를 발간하여 선교정보를 생산하고 있고, 한국이스라엘성경연구소 KIBI(Korea Israel Bible Institute)는 1994년 설립되어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한 실제 사역과 연구를 병행해오고 있으며, 1998년 시작된 동남아선교정보센터는 뉴스레터의 발행과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 공유, 동남아 선교사 후보생과 교회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선교연구소들의 운영은 대학 연구소와 함께 그간 전문성과 현장성이 부족했던 한국 선교지역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밖에도 기도24365, 에스더기도 운동본부와 같이 세계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국내 중보기도 단체들은 선교 현장의 소식과 정보를 수집하여 한국교회에 기도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으며 CTS, CGNTV와 같은 언론기관도 선교 지역의 정보의 보급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IV. 한국선교지역연구에 대한 평가와 세계선교
1. 한국선교지역연구의 성과와 한계
1) 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에 대한 인식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선교 초기 선교지역역구는 정보의 생산보다는 활용이 중심이었다. 미약한 수준이었을지라도 세계 각지로 흩어져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로부터 수집된 정보와 외국 단체, 교단들과 협력을 바탕으로 해외 선교를 열어가던 시기는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정보네트워크의 정보 활용기관으로 참여했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급격히 팽창한 한국선교의 규모와, 복잡해진 선교 현장의 상황을 볼 때 외부에서 생산된 정보를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의 직접적인 생산과 생산된 정보를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근 이러한 필요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한국선교정보네트워크의 중요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2006년 NCOWE-IV 대회에서는 향후 한국선교가 발전시켜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가 선정되어 선교정보네트워크가 더 이상 한 두 기관만의 과제가 아닌 한국선교의 공동 과제임을 선언하였고, 2008년부터 한국선교리서치대회가 개최되면서 선교지역연구에 관심이 있는 주체들이 연합의 움직임을 보였다. 특별히 제 2회 선교리서치대회 이후로 KWMA가 이를 공식적으로 후원하고 관련된 단체의 연합 모임을 추진하게 되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내에서의 변화와 동시에 세계적인 단체와 연합하며 국제적 선교정보네트워크를 이루어 나가기 위한 시도들도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GMS가 국제적인 선교 운동인 FTT운동의 한국 거점기관으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선교 방향에 한국교회가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고, KWMA가 USCWM와 논점을 같이 하는 KJFM을 발행하며 한국선교가 세계선교정보네트워크의 동반자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최근 한국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의 발전적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선교정보네트워크는 정보의 집중을 통해 고급의 정보 생산과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데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선교정보네트워크를 위한 거시적인 시스템이 없어 한국선교지역연구를 이끌고 있는 주체들이 각자 기관 내부에 작은 선교정보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고 협력 선교사들을 통해 선교정보의 필요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선교정보네트워크는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분야가 편협하고 공유가 어려워 유용성을 확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선교정보네트워크의 구성을 위한 실제적 움직임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정보가 수집되려면 현장 선교사와 파송기관, 선교지역연구소간에 긴밀한 네트워크가 구성되어야 하는데 파송기관의 정책상 선교사의 이중소속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협력이 어렵고, 또 소수의 교회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교회들이 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한국선교의 모든 주체가 함께 협력하며 만들어가는 선교정보네트워크 형성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와 선교계에 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에 대한 많은 긍정적 인식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한국선교는 한국선교정보를 대표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갖추지 못하였고 해외 선교정보기관과 대등한 관계에서 정보를 교환하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추진할 수 있는 채널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세계적 선교정보네트워크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선교정보네트워크부터 견실하게 세워져야 한다.
2) 선교지역연구 전문인력
한국에 전문적인 선교지역연구 훈련들이 생겨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생긴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kriM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교지역연구 전문 훈련 프로그램인 캠프여호수아(Camp Joshua)를 시작하였다. 타문화권 체험과 현장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캠프여호수아는 GPTI의 훈련 커리큘럼에 포함되기도 하면서 한국에 선교지역연구의 중요성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하였다. AAP가 이를 바탕으로 보다 표준화된 현지조사방법론과 실제적인 툴을 보충하여 1994년부터 선교정탐훈련원(METI)을 운영한바, 현재까지 1000명 이상의 훈련생을 배출하였고 한층 더 전문적인 리서치 과정으로 SIReN(Strategic Information Research Networker) 선교사 훈련을 개설하여 선교지역연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후로는 다양한 선교 주체들이 선교지역연구 훈련을 실행하게 되었다. 선교지역연구 전문 기관으로 1998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CIAS는 선교지역연구를 핵심 가치로 하는 4단계 훈련을 개설하였고, 교회와 선교단체들을 대상으로 ‘리서치 전문가 과정’을 제공하여 선교지역연구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전문 선교지역연구 훈련 기관을 중심으로, 선교단체와 교회들 사이에서도 선교지역연구에 대한 과정을 선교 훈련 커리큘럼에 반영하거나 외부 기관과 협력하여 선교지역연구 훈련 과정을 개설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인터콥의 해외지역연구 스쿨이나 TIM의 청년 전방개척선교사 훈련, 오륜교회의 선교정탐훈련학교 등은 선교지역연구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선교 현장에 있는 선교사들 가운데서도 선교지역연구 전문인력의 필요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 이를 위한 훈련을 국내 전문 기관에 요청하거나, 해당 지역 선교사들이 자체적으로 모여 선교지역연구의 필요를 공유하고 이에 도전하는 시도들이 나타났다. 동아시아 모국의 한인 선교사들로 구성된 ‘미전도종족선교협의회’는 지난 십 여 년간의 사역의 열매가 적은 원인을 리서치의 부족으로 판단하여 선교연구소의 기능으로 위와 같은 협의회를 구성하고 선교지역연구에 착수하여 전문 연구 기관에 훈련 협력을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가나의 한인 선교사 협의회는 선교지역연구를 통해 사역적 효율을 극대화 할 목적으로, 몽골국제대학교는 지역연구 및 선교리서치팀의 구성을 목적으로 전문 선교지역연구 기관에 훈련 개설을 요청하는 사례가 있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선교지역연구 전문인력이 양성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선교지역연구 훈련이 다양화되면서 드러난 문제점도 없지 않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선교지역연구 훈련은 각 훈련 기관의 연구 경향과 목적에 따라 교육의 기간과 내용, 그리고 방법이 서로 크게 다르다. 따라서 리서치선교사에게 요구되는 기초적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선교지역연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표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선교지역연구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격하게 커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다수의 교회와 단체의 참여 부족으로 몇몇 훈련 프로그램이 도중에 중단되고 있다는 것과 선교지역연구 훈련이 일회성 훈련으로 끝나 버리고 현장에 파송 이후 관리와 연구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 등을 중요한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한국선교지역연구가 고급화되기 위해서는 고급의 선교지역연구 인력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훈련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3) 선교지역정보 및 지식의 생산
선교지역연구를 선교 지역 정보의 생산·관리·공유·적용의 전 과정이라고 했을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정보생산이다. 앞에서 다루었듯이 과거 한국교회는 선교지역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지만, 최근 선교지역연구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확산되어 감에 따라 선교지역정보의 국내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선교사역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의 범주는 그리 크지 않았고 정보의 생산 활동도 더디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선교 현장에서 총체적선교, 지역사회개발 등 선교 현장의 영, 혼, 육에 대한 통전적 회복을 추구하는 선교적 방향과, 대상 종족의 문화에 맞는 상황화된 교회개척과 성경번역을 위한 선교사역이 확산되면서 각각의 선교사역 분야에 따라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선교에 관심을 가지는 기독교 대학이나 기독 전문 연구기관은 이보다 더 넓은 영역에 대하여 학제적 선교지역연구를 실시하는 특징이 있다. 개별 교단이나 단체들은 자신들의 선교사역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정도의 조사와 연구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대학이나 전문 연구기관은 선교 현장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대상 지역의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적 통찰을 가능하게 돕는 광범위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대학과 연구 기관은 현장의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문제와 상황들을 이해하기 위해 문화인류학적 관점을 넘어서 국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학문 분과를 통합하는 방법으로 학제적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개별단체가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므로 선교정보 및 지식의 생산에 있어 대학과 전문 연구기관이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크다.
한 단계 더 고급화된 선교정보와 지식의 생산을 위해서 정보 생산 주체들이 극복해야 할 몇몇 한계점들이 있다. 먼저 정보 생산 역량을 갖춘 선교지역연구자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연구자가 현장 장기 거주자가 아닌 경우 조사 기간상의 문제가 있으며, 통역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 통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제약, 대표성을 가진 표본을 선정하기 어려운 한계, 연구자가 교육 받은 특정 연구 방법의 한계 등 다양한 숙제를 안은 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완화하고 선교지역정보와 지식의 생산을 강화 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한국선교가 공동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4) 선교지역정보 및 지식의 관리와 공유
선교정보의 생산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가 선교정보의 관리와 공유 문제이다. 정보의 관리와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동일한 정보가 불필요하게 중복 생산되거나, 큰 비용을 투자하여 생산한 정보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재까지 한국에 정보의 관리와 공유를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은 없다. 선교정보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의 경우는 그나마 자신들만의 정보 관리 체계를 갖고 있지만, 이것 조차도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바인딩하여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는가 하면, 전산화 했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없어 서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 또한 업데이트가 원활하지 않거나 필요한 정보로의 접근이 편리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하여는 서구의 앞선 단체들로부터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미 남침례교선교부 IMB(International Mission Board)는 정보의 체계적인 관리와 공유에 대한 필요를 일찍 느끼고 설립연도인 1845년부터 모아 온 선교편지들을 비롯한 방대한 양의 문서자료들을 모두 스캔하여 파일로 보관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이 자료들을 원활하게 관리 및 공유하기 위해서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아웃룩(Outlook) 프로그램과 연동하도록 개발하여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USCWM(U.S. Center for World Mission)의 경우에도 30년 동안 수집된 모든 정보들을 PDF 파일로 저장하고 있으며 최근 각각의 분과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은 정보센터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생산만큼이나 관리와 공유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한국선교정보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각 단체가 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정보의 관리와 공유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의 관리 방식은 결국 공유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보의 활용 목적에 따라 정보의 관리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선교정보의 공유 방식은 컨퍼런스 및 세미나의 개최, 저널의 발간, 보고서의 출판, 홈페이지의 구축, 포탈사이트의 운영이나 라디오, TV 방송 등이다. 어떤 형태이든지 정보의 공유는 접근가능성(accessibility)이 중요하다. 고급 정보들이 선교 컨퍼런스나 세미나 등에서 나누어지지만 대회가 마친 이후로 한국교회에 두루 확산되지는 못한다. 수요자가 접근이 어려운 형태로 공유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대한 발전적인 방향을 보여주는 한 예로, 최근 기독교TV CTS와 KWMA는 선교 현장과 본부, 국내 선교 이슈와 및 현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가공한 후 방송프로그램화, 웹진 및 웹페이지화 하여 한국교회와 공유하기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이것은 선교정보네트워크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언론기관과 선교협의체가 협력하는 좋은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정보의 관리와 공유가 기관들간에 협력적으로 일어나 기대한다.
5) 선교지역정보 및 지식의 활용
현장에 대한 정보는 궁극적으로 선교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CHE선교회(Community Health Evangelism)나 통합선교연구소 IBCD(Institute for Biblical Community Development) 등은 총체적선교와 관련한 연구 방법과 기술을 통해 직접 정보를 생산하여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성경번역선교회 GBT(Global Bible Translators)의 경우에도 지역과 종족, 언어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생산된 정보들을 성경번역에 직접 활용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선교사역에 활용하는 기관들은 실제로 성공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창업과 이와 병행하는 선교사역을 개발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또 그 결과가 직접적으로 사역에 활용되고 있다. 이것은 정보의 활용자 입장에서 현장의 정보를 직접적으로 생산 및 활용하고 있는 시도들을 보여 준다.
선교지역연구의 주 목적은 선교 현장에 적합한 선교전략을 고안하는 것이지만, 정보의 중요도와 시급성, 형태와 활용의 목적에 따라 전방위적 활용이 가능하다. 선교 현장에서 온 기도 편지나 현장 상황을 알리는 보도 등은 중보 기도의 자료로 활용되는데, 이러한 활용은 정보의 시급성에 기초하여 별다른 가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장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는 단체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며, 단기 팀들이 선교 현장에서 가져온 사진과 영상 자료는 목적에 따라 기독교 언론기관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소개한 것 외에도 정보는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국선교정보들이 출판 간행물, 웹사이트나 방송 등을 통해서 여러 형태로 활용이 확장되고 있다.
선교지역정보와 지식의 활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와 단체, 개인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정보들이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주체와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앞서 선교정보네트워크라는 개념을 통해 소개하였다. 또한 정보에 근거한 선교사역의 성공사례들이 더 많이 발굴되어 이러한 절차를 통한 선교사역이 유용하다는 것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2. 한국선교지역연구의 발전과제와 세계선교
1) 국선교지역연구 인프라 확장과 연구시스템 구축
1990년까지 선교지역연구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한국선교에 지난 20년간 일어난 변화를 살펴 보면, 앞으로 선교지역연구에 대한 필요 인식과 수요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한국선교지역연구를 이끌어가기 위한 인프라와 핵심 동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선교지역연구를 위한 전문 기관들이 많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선교지역연구의 경험과 노하우를 결집할 체계적인 선교지역연구 시스템이 없어 각 기관들의 역량이 집중되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독대학, 신학교, 선교연구소 등 전문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선교연구학회를 설립하여 정기적인 선교연구활동과 이 활동을 통하여 축적된 연구결과를 학회지, 혹은 연구저널로 발간하는 등의 협력적인 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연합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KWMA 산하에 선교지역연구와 관련된 단체들의 연합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거나 산하위원회를 만드는 것, 분야별 전문 선교연구소들의 설립을 격려하고 기독대학이나 기독연구소들의 선교적 사명을 격려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그간 한편에서 선교지역연구에 대한 필요가 확산되어 가는 것을 떨어져서 지켜 보고 있었던 한국교회의 협력과 인식의 각성을 위해, 신학교 과정에서 선교지역연구 관련 교과목을 개설할 뿐만 아니라 목회자 재훈련 과정에서 선교정보의 중요성에 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또 한국선교리서치보고대회를 활성화하여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에 이르기까지 선교지역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일깨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한국선교의 성공적인 사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하여 한국형 선교모델의 개발을 위한 자료들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선교지역연구의 세계선교 기여를 위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의 연구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연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선교연구 주체들이 서구의 정보 분석력과 선교현장의 정보 수집 능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구의 우수한 대학이나 대학원, 선교 현장의 대학이나 대학원과 연합하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제적 연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한다면 보다 유용한 연구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종합적인 한국 선교정보네트워크의 구축
선교정보네트워크는 선교정보가 개별 단체나 개별 교단, 개별 교회, 개별 선교단체의 차원에서 소규모로 정보를 생산, 관리, 활용되고 있는 수준을 넘어 고급 정보의 생산과 전문적인 활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급의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고급의 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집중이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선교를 거시적 관점에서 연결하기 위하여 선교정보의 생산과 보급을 담당하는 선교정보네트워크의 바디(network-body)를 주축으로 고급의 선교정보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네트워크 바디는 선교정보의 생산 기관인 대학과 연구소, 기관별 선교정보센터들의 연합으로 구성된 연구기관과, 생산된 정보를 각종 미디어 형태로 변형하여 전달(delivery)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보급기관을 의미하는데, 그 특징은 중립성과 종합성이다. 정보 생산의 역할을 담당하는 연구기관이 선교현장의 선교사, 국외 연구기관, 국내 단체들로부터 수집한 선교정보를 맥락적 정보와 결합하여 고급의 정보로 발전 가공시키고, 이렇게 생산된 선교정보를 보급기관인 언론매체를 통하여 공유하거나 필요한 단체와 선교사에게 전달한다. 네트워크의 바디는 지금까지 각 기관별로 진행해 오던 선교정보의 생산과 공유를 집중적으로 결집하여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정보의 표준화와 정보의 신뢰도를 구축하여 유용한 형태로 수요자에게 공급하게 될 것이다.
종합적인 한국형 선교정보네트워크가 원활하게 가동되면, 이를 통해 교단과 개교회, 선교단체, 중보기도 단체들은 여기서 생산된 선교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선교전략을 생산하고 기도의 자료로 활용하게 되며, 검증되지 않은 채 부유하는 정보들에 대한 평가와 감독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복잡하고 다양한 한국선교의 구조 속에 이러한 안정적인 거점 기관이 자리하게 됨으로 선교 현장과 본부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3) 해외 선교정보네트워크와의 협력
앞에서 설명한 한국의 선교정보네트워크는 국내 수준을 벗어나 세계 각국의 정보 채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세계선교의 큰 흐름과 함께하는 국제 동반자적 네트워크가 구성되어야 한다. 앞서 KWMA와 GMS가 개별적으로 해외 정보 센터와 교류 협력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국내 선교정보네트워크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그 영향력이 한국선교 전체에 흘러가기는 어려웠다. 한국선교는 세계선교의 과업을 완수할 후발 주자로서 USCWM, IMB, Joshua Project 등이 보유하고 있는 선진 정보와 전략을 수용, 번역하여 활용하거나 우리 상황에 맞게 재가공하며 서구선교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한국선교의 과제, 한국선교의 현황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국제적 선교 흐름에 편승하기 위한 노력을 더해야 한다. 그 동안 GMS가 한국 거점 기관으로 홀로 추진해 오던 세계선교 운동인 FTT(Finishing The Task)등의 범세계적 선교 운동을 외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정보의 교류 협력은 서구 단체의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한국의 선교적 성과 및 세계 2위 선교사 파송국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도 세계 선교의 soft-power는 서구 선교가 주도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러한 협력을 통해 그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선교현장인 2/3세계에 있는 선교센터와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고, 정보의 순환을 가속해야 한다. 정보의 사실성과 현재성의 증대를 위해 현장에 들어가 있는 선교사나 단체, NGO나 기업 등 선교적인 이해를 갖고 협력이 가능한 주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이들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이 채널은 현장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서구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서구와 한국, 그리고 2/3세계의 선교정보센터가 협력적으로 남은 과업을 이루어갈 수 있다.
4) 한인 디아스포라와 선교사자녀 등의 인적 자원 활용
국내에서 서구 단체와 협력하는 것이 언어적, 지리적 이유에서 제약된다면, 이를 위해 서구에 있는 현지 한인교회, 한인 선교단체, 한인 디아스포라들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선교의 첫 수혜자였던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이제는 한국선교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는 것이다. 한인 디아스포라들은 이중 언어를 사용하며 과문화를 경험한 이들로 한국 선교계와 서구 선교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제복음주의학생운동으로 발전한 KOSTA의 경우, 한인 2세들의 선교 헌신을 동원하며 이에게 선교적 비전을 심어 주고 있는데, 실제 그들에게 분명한 비전과 헌신의 영역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적 역량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활용하여 세계의 정보를 번역하고 한국선교를 도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선교사자녀들은 2/3세계와의 선교정보네크워크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2/3 세계 문화와 언어를 습득한 선교사자녀들은 한국선교의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자원이다. 이들을 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 구축의 주요 자원으로 동원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선교사자녀들을 위한 전문 훈련 과정을 마련하고, 선교지역연구와 선교정보네트워크의 중요성 교육을 통해 선교사자녀들을 한국 선교의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적극적으로 동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한국선교만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라는 장벽을 넘어 서구와 한국과 2/3세계의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소하여 각각의 주체들이 협력적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된다.
5) 전문적 선교컨설팅 시스템의 구축과 전략적 선교 퍼실리테이터
선교지역연구를 통한 정보의 생산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활용을 위하여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선교 컨설팅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별히 통전적 선교와 성경적 지역개발, 비즈니스 선교, 전문인 선교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을 포함한 전략의 활용을 위하여는 생산된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적인 자문 그룹이 필요하다. 최근 비즈니스 선교를 위하여 선교정보생산기관과 기독 기업인, 기독 법률가와 컨설팅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하는 CRN (Christian Resource Network)이 출범하였다. 이들은 선교 현장에서 도시개발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통한 선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경영, 경제, 법률, 협상 등의 영역에서 다각적 컨설팅을 제공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CRN과 같은 단체가 목표로 하고 있는 기능은, 한국선교 내부에서 소화할 수 없는 막대한 전문성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적 컨설팅이 한국선교의 각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선교컨설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선교는 이와 같은 한국교회의 인적자원과 잠재 능력, 한국의 선교단체와 협의체, 연구 기관과 선교 현장의 사이에 서서, 세계선교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유효한 자원들을 연결하고 촉진하여 선교 완성을 앞당기는 역할을 감당할 전략적 선교 퍼실리테이터와 코디네이터의 양성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선교 퍼실리테이터와 코디네이터는 풍부한 경험과 정보력을 통해 선교 현장과 세계선교를 구성하고 있는 각 주체들의 성격과 형태와 질을 알고, 흩어져 있는 잠재 역량의 협력을 통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중개하는 촉매자의 역할을 감당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선교의 상황 속에서 향후 한국 선교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양성되어야 할 선교인재상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선교의 모든 부분과 주체들의 건강성을 확보하는 일을 감당하여 한국과 세계선교계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출처/뉴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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