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살리자.
최현배 선생은 '우리 말본'에서 '우리 배달말은 종래로 때매김에 관하여
비교적 확실하지 못한 감이 있다'고 하여 영어 문법을 따라 우리말의 때매김을 억지로
맞춰 만들어 놓았다. 이에 따르면 우리말에는 으뜸때, 끝남때, 나아감때, 나아가기끝남때-
이 네 가지가 있고, 이 네 가지가 각각 이적(현재), 지난적(과거), 올적(미래)으로
나누어 모두 12가지로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적 나아가기끝남때'라 하여 '가고
있었었다' '먹고 있었었더라' '보고 있었었는 한 사람'과 같은 말이 씌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뜩이나 서양 사람 것이면 물건이고 말이고 하늘같이 여기는
판에, 학생들이 이런 문법을 배웠으니 입으로는 유식함을 내보이려고 하는 심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말에는 이적(현재), 지난적(과거), 올적(미래)에
다 나아감을 나타내는 때로서 '-고 있다' '-고 있었다' '-고 있겠다' '간다' '먹는다'가
있을 뿐이지, 지난적끝날 때(과거완료시)라고 하여 '먹었었다'고 쓰는 말법이 없으며,
더구나 '가고 있었었다'라는 지난적 나아가기끝남때만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말법이고 문법이란 것은 그 나라 그 사회의 사람들이 쓰고 있는 말의
실상을 잘 붙잡아서 거기에 나타난 법칙을 찾아내어 체계를 세운 것이다. 말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글이 있고 문법이 뒤 따른다. 결코 문법이 먼저 만들어져서 그 문법을
따라 글을 쓰고 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 말에 맞지도 않는 문법을
남의 나라 것을 본떠서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규범으로 글을 쓰게 한다면 이보다
큰 잘못이 없다.
"아냐, 난 마음속으로는 널 미워하진
않았었어."
"너 아까 우리한테 넘어졌었잖아."
이 보기글은 어느 동화에 나온 마주이야기 말이다. "않았었어"
"넘어졌었잖아" 참 말맛이 좋지 않고 듣기에 거북하다. 아무리 아이들까지
입으로 말하더라도 그 말이 잘못된 교육으로 퍼뜨려진 말이라면 쓰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아이들의 말을 가르치는 문학작품이 오염된 말을 퍼뜨리는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글/
이오덕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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