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우수성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일반 백성이 말하고자 하나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자가 많은 지라,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나니 사람마다 쉽게 학습하여 사용하는 데 편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
이것은 세종대왕이 직접 서술한 훈민정음 서문의 첫머리이다.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 문화의 소산이며 문화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과학 기술과 문화를 크게 발전시킨 세종대왕은 문화는 전체 백성의 것이 되어야지 일부 지배 계급의 특권적 향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글 창제 이전 우리 민족은 중국의 한자를 빌려 쓰고 있었지만, 문자를 익히기가 어려워 모든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없었다. 이 모순과 불합리를 제거하기 위해 한글이 만들어진 것이다. 세계에서도 이런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1997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기록 유산" 으로 등록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글의 우수성을 정작 우리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국민으로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글이 우수한 이유는 열거할 수 없이 많지만 우선 크게 3가지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한글의 제자 원리의 과학성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글자의 창제 원리와 글자의 모양사이가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자음의 기본글자 5개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이 원리도 매우 독창적이지만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여 동일계열의 글자를 파생해내는 방법도 대단히 체계적이다. 예를 들어 기본글자인 ‘ㄱ’을 거센소리로 발음하면 ‘ㅋ’이 되고 거센 소리로 발음 한 것은 ‘ㄲ’이다. 또한 모음은 천지인과 발음 기관을 같이 본떠 만들었다. 하늘은 둥그니까 아래 아 ·, 땅은 평평하니까 ㅡ, 사람은 서 있으니까 ㅣ, 이렇게 세 가지가 기본모음이다. 실제로 발음을 해 보면 전세계 모든 발음이 한글의 입모양처럼 발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음과 마찬가지로 파생되는 문자는 ㅡ, 또는 l를 결합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자음과 모음 둘 다 상형의 개념을 기본으로 만들었으나 그 대상이 달라 시각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러한 언어학 적인 우수성을 30년이라는 단 기간에 이루어낸 점은 대부분의 문자가 오랜 시간에 걸친 창작품이라는 것을 고려 할 때 더욱 가치를 지닌다.
둘째로 한글은 세계 그 어느 문자보다도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문자이다.
현재의 한글은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는 없지만,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는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 소리를 표현하는데 있어 일본어는 300개, 중국어는 400여개의 표현만이 가능한 것에 비해 우리말은 8800개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말의 표현력이 무려 20배가 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한글을 외국어로 번역하기가 힘들다고 불평을 털어놓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말의 표현이 다양하다는 말이 된다. 우리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 말의 표현력이 우리말을 따라잡지 못해 번역이 힘든 것이다. 다양한 소리의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쉽다. 표현력뿐만 아니라 어감(語感), 정감(情感), 음감(音感) 등도 으뜸이다. ‘노랗다’라는 말 하나만을 놓고도 ‘샛노랗다, 누렇다, 누르끼리하다,’ 등과 같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 이처럼 한글은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가장 사실에 근접하게 드러낼 수 있는 문자이다.
마지막으로 한글은 배우고 쓰기에 가장 쉬운 문자이다.
한글은 소리글자 중에서도 가장 발달한 음소 문자이다. 즉, 글자 하나하나가 하나의 소리를 표기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모음이 열자이고 자음이 열넉자이다. 그리고 받침이 27종 있다. 모음과 자음을 합치면 하나의 글자가 되고 여기에 받침을 더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한글은 그 구성 원리가 간단하기 때문에 배우기가 대단히 쉽다. 사람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다가 새로운 것을 연관시키면 아주 쉽게 배우고 잊어버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글의 이러한 특징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는 데 큰 기여를 한 셈이다. 더군다나 한글은 글자 그대로 읽을 뿐 아니라, 인쇄체나 필기체 등이 따로 없다. 이에 반해 영어는 인쇄체와 필기체가 서로 다르며, 글자대로 읽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teach(가르치다)를 ‘티-치’라고 발음한다. ea를 ‘이-’로 발음하는 것이다. 그런데 head(머리)는 ‘헤드’이며 같은 ea인데도 ‘에’라고 발음한다. 또 knee(무릎)를 ‘니-’라고 발음하는데, 여기서는 K자가 있는데도 발음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영어는 알지 못 하면 읽을 수조차 없어 불편한데, 한국어는 글자대로만 읽으면 되니 매우 편리한 문자라 할 수 있다.
다른 문자와 객관적으로 비교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우수성을 지니고 있는 한글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 입지가 위태롭다. 창제 당시‘언문’이라고 해서 천대받은 한글이 현재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국제 공용어인 영어의 유입과 통신 언어의 발달로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영어 공용화’를 실행하여 세계화 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세계화 시대에 한글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한글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문자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이란 것도 기껏해야 [0]과 [1]이라는 두 문자를 이용한 이진법을 무한히 연결하는 것인데, 한글은 그 자체가 24개의 문자를 조합하여 무한히 응용할 수 있어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잘 발전시키면 세계화에서 주도적인 자리를 잡고 IT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지켜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한글은 다른 나라에 우리 문화를 보급하는 데 큰 보탬을 할 수 있다. 한글의 과학적인 제자 원리를 이용하면 외국인들도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우리의 뛰어난 문학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한글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고유한 전통을 지키는 방어막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언어학자 사피어는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라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광복 이후로 서구 문명의 급속한 유입으로 가치 체계가 혼란한 상태이다. 특히 서구 개인주의는 우리 사회 내에서 이기주의로 변질되고 있고 전통 윤리는 그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말을 지키고 보존하는 한 우리의 정체성이 쉽게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말에 특히 발달한 높임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말 속에는 우리의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 그리고 문화와 사고방식 등이 모두 담겨있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국난을 겪으면서도 우리말을 지켜내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뛰어난 우수성을 지닌 우리말을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민족-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한글의 우수성- 소리표현 한글 8800개, 일본어300개, 중국어400여개 (0) | 2008.10.07 |
---|---|
[스크랩] 한글의 우수성 (한국어 VS 중국어 VS 일본어 맞짱) (0) | 2008.10.07 |
[스크랩] 한글 창제의 6가지 원리 (0) | 2008.10.07 |
[스크랩] 중국 PC방에서 한글 입력하기 (0) | 2008.10.07 |
[스크랩] 언어 소멸 속도 빨라…문자언어 중심 교육정책 필요 (박덕유) (0) | 2008.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