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국말 인증 시험 성적에서 얻은 교훈
2006년 8월에 한국학교에 부임해 이중 문화 속에서 교육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모국어는 제대로 구사하는지 어휘력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 길이 없었다. 자기들끼리 재잘대는 소리로 아이들 국어능력을 가늠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래 우리 아이들 모국어인 한국어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글학회에서 주관하는 제 12회 세계한국말 인증 시험에 처음으로 희망자에 한해서 응시해 보았다.
이런 생소한 시험에 처음 접해본 우리 아이들은 듣기 40문항부터 죽을 쑤기 시작했다. 문항이 뒤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헤깔리면서 아예 포기하는 아이들도 많이 나왔다. 읽기도 어려운 한자어로 된 어휘는 손도대지 못했고 문법과 긴 지문을 푸는 문제도 역부족 이였다. 시험을 치룬 후 한 달 만에 성적표가 왔다. 대부분 자기 학년 수준에 미달되는 점수 분포를 보였다. 총 500점 만점에 400점을 고득점을 받은 학생은 총 응시자 15명 중 단 2명뿐이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해외에서 모국어 정체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2007학년도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필자가 주당 한자 1시간, 이야기 국사 1시간, 한국인의 생활 1시간, 재미나는 글짓기 교실 2시간 총 5시간을 3년 이상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런 과목들은 해외에서 우리 아이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과목으로 필자가 교단에서 33여 년간 가르쳐온 노하우를 우리 아이들에게 접목을 시도한 것이다. 좀 생소한 과목을 배우는 아이들의 처음 반응은 다소 신중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흥미에 흥미를 거듭하면서 제일 재미난 과목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한자의 경우 쓰기 위주가 아니라 뜻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지도했다. 주자 십회, 삼강오륜, 고사성어, 쉬운 명심보감을 외우고 뜻을 이해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어휘력은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지금까지 고사성어 150여개 정도를 줄줄 외우고 이해하고 ‘ 자왈 위선자는 천보지위복하고.’등 쉬운 명심보감을 서당에서 훈장 밑에서 배우듯이 배워나갔다.
주 2회 재미난 글짓기 교실도 인기 만점으로 글감, 중심 생각 찾기, 중요 문장과 보조 문장 차이, 비유로 글짓기, 서론 본론, 결론 이어가기 등 초등학생으로 논술 밑바탕은 거의 마스터한 셈이다.
국사의 경우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 대첩 이야기, 팔만대장경 신비로운 숨은 이야기, 태조 이성계 꿈 이야기 등을 통해서 정체성 지도는 말할 것도 없고 어휘력 신장에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이런 우리 아이들이 작년에 이어 올 2007년 10월 28일(일요일)에 제 14회 세계한국말 인증 시험에 응시에 그동안 쌓은 한국어 실력을 테스트 해보았다. 2학년 이상 15명 전원이 응시해 그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이번 시험의 결과를 보고 그냥 지나가기가 너무 아까워 사실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시험 본부에서 제시한 대략적인 기준은 총 500 점 만점 중 2학년은 200점 , 3학년은 250점, 4학년은 300점, 5학년은 350점, 6학년은 400점 전후이면 제격에 맞는 한국어 능력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결과는 전 학년 평균이 기준 잣대보다 30-50점정도 높게 나와 우리 아이들 한국어 능력이 몰라보게 향상되었음을 입증해 주었다. 더욱 자랑할 만 것은 5학년 박나현 어린이는 듣기에서 만점, 읽기에서 2문항이 틀려 거의 만점에 가까운 490점을 얻어 시험 본부 측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연락이 왔다.
작년 첫 시험에 비해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점수이다. 앞으로 더 알찬 한국어 관련 수업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물론 더 논리적인 한국어 사고를 함양하는데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한국어 논리가 정연해야 영어 논리도 정연해지고 고급스런 영어가 되는 것이다.
한국 능력 시험에 응시한 우리 아이들
OMR 답안지 작성에 여념없는 아이들
2007년 성탄절 전애 행사 후 우리 아이들
최고 성적을 얻은 박나현 학생 성적표
또다른 성적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