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경을 올바로 읽고 있는가?
어느 정년 퇴직자들의 모임에서 행복한 노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이 있었다.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그들은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한 지침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알고 있을 그런 지침을 나열하기보다는 정년 후 12년 동안 내가 해온 일 네 가지를 이야기했다. 나는 그 네 가지를 통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재미있게, 바쁘게, 그리고 의미를 느끼면서 행복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의 체험담을 즐겨 듣고 그 이야기에서 배우기도 하니까, 그들이 구체적인 내 경험에서 참고할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당당뉴스>에 글을 올리는 것도 언급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18일로 내가 <당당뉴스>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5년이 되었으니 이제 6년째에 접어들었다. 내가 지난 5년 동안 주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독자들과 함께 돌아보고 싶어서 그 모임에서 이야기한 칼럼 쓰기에 관한 부분을 여기 옮겨 놓는다. * * * * * * * * * * 이제는 제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제가 기독교 인터넷 신문 <당당뉴스>에 칼럼을 1주에 혹은 2주에 하나씩 올렸습니다. 여기 나오기 전에 세어보니 155개를 올렸더군요. 그리고 3년 전에는 그때까지 <당당뉴스>에 올렸던 글들을 선별해서 『착각에 빠진 한국교회』라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사회자가 소개해주신 대로, 저는 영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제게 새로운 분야의 일이었습니다. 제가 침례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일이 있기는 하지만, 교회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제가 알고 있는 것만 가지고는 곧 바닥이 나서 기독교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주에 3권을 읽었는데, 요즘은 게을러져서 2권정도 읽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5년 동안 600권 넘게 읽었습니다. 신학대학을 다닐 때에는 제가 직장 생활과 공부를 겸해서 했기 때문에 학점을 이수하는 데에 급급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년 후에는 영문학을 접어두고 신학 책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학 책들을 읽다 보니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고 신학 공부도 한 제가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한 마디로, 제가 아주 무식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알고 싶은 마음에서 계속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알아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레이엄 그린이라는 20세기 영국의 작가를 연구했는데, 그분이 현대신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현대신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지요.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제가 알 게 된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칼럼을 계속 썼습니다. 신학 책들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들 가운데서 하나를 언급하면, 대부분의 목사들이 성경 전체를 보지 않고 어느 한 부분만을 강조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부분만 강조하면 성경 전체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 전체를 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책 읽기의 기본이죠. 그런데 목사들은 이 기본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만, 그런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에베소서는 6장으로 되어 있는데, 1-3장에서는 믿음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4-6장에서는 삶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믿음의 중요성에 집착하는 많은 목사가 삶을 다룬 4-6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로마서도 똑같이 대합니다. 믿음을 다룬 1-11장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만, 삶을 다룬 12-16장은 거들떠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편향적으로 성경을 읽는 것은 실상 종교개혁자들에게서부터 내려오는 오류입니다. 그리고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이 달라지면 성경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종교개혁 시대의 사람이 성경을 보는 시각과 현대인이 성경을 보는 눈이 다릅니다. 햇빛이 밝은 이태리에서는 밝은 노래를 좋아하고 테너 가수가 많은 반면, 겨울이 긴 러시아에서는 음울한 노래를 많이 부르고 베이스 가수들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연환경이 다르면 그 환경에 맞는 노래가 나오는 것처럼, 삶의 상황이 바뀌면 그 상황에 맞게 성경을 읽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교회에서는 16세기 사람들이 성경을 읽은 그대로 현대인도 읽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바울은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배워야 할 것이 있으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배우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말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남녀평등 사회에서 그런 여성 비하적인 글을 문자 그대로 가르친다면 그런 가르침을 여성들이 받아들이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나서서 그들이 성경을 잘못 읽고 있다는 것을,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 <당당뉴스>에 글 읽기에 관한 칼럼을 많이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것은 신학자들에게 맡길 일이라고 말할 분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 신학자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니, 하지 못합니다. 신학교수를 모시고 한국교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질문 시간에 한 사람이 한국교회에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신학생들을 교육하고 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신학교수들이 나서서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 신학교수는 자기들이 공개적으로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대학 강단에서 쫓겨난다고 말하면서, 신분의 위험이 없는 정년퇴직한 장로들이 나서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분의 말대로 신학자들이 소신껏 목사들의 허점을 지적하면 목사들이 들고 일어납니다. 그러면 대학에서 쫓겨날 염려가 있죠. 실제로 쫓겨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학대학의 이사들이 모두 목사들이거든요.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신학자들은 목사들의 오류를 언급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신분의 위험이 없는 저처럼 나이든 사람이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말하지 말라고, 충고하려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나이 든 사람이 말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한국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저도 거기에 한몫 끼어든 것입니다. 그런데 문학을 공부한 제가 주로 할 수 있는 일은 잘못된 글 읽기를 바로 잡아주는 것입니다. 잘못된 글 읽기에서 여러 가지 신학적 오류가 나오기 때문에, 성경을 올바로 읽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요즘 명성교회의 비리가 매스컴을 타고 있는데, 그 비리도 따지고 보면 성경을 입맛에 맞는 것만을 골라서 읽는 데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그 교회 담임목사의 행위가 올바르지 않은 것은 성경에서 행위에 관한 부분에는 주목하지 않고 믿음만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글쓰기가 제 웰에이징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해야겠네요. 우리가 노년에 어느 일에든지 몰입할 수 있고 그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일은 우리의 웰에이징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정년 후에는 그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기보다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영문학을 공부한 제게 신학은 새로운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를 느끼면서 몰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5년 동안 <당당뉴스>에 재능기부를 하면서, 바쁘게 살았고 한국교회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웰에이징을 위해서 칼럼을 쓴 것은 아닙니다만, 결과적으로 글쓰기는 제 웰에이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니, 제가 글쓰기에서 얻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축복이죠. |
최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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