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성탄절을 국경일로 공식 지정 [2018-12-27 00:03]
이슬람교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가 성탄절을 국경일로 공식 지정했다고 25일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지 1년 만이다. 이라크 정부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즈음하여 성탄절을 국경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내각은 성탄절을 일부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이라크 전체 국민이 쉬는 휴일로 정하는 국경일법 개정안에 승인했다. 그동안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자체적으로 성탄절을 휴일로 지켜왔다.
이라크 정부는 앞서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기독교인 시민들과 모든 이라크 국민,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전 세계인들에게 기쁜 성탄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까지 이라크에 살던 크리스천은 140만명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전쟁이 일상화 되면서 대거 떠났고 30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뒤이어 IS의 발흥으로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과 박해가 심화되자 그나마 버티던 기독교인들도 떠나거나 죽임을 당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고대로부터 기독교인 마을인 바르텔라에서는 IS로부터 해방된 뒤 2016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IS의 반복되는 공격에 숱한 고통을 받았다. IS 점령 후엔 개종을 강요받았다. 거부하면 죽거나 세금을 내야 했다. 고대 기독교 공동체의 발원지인 텔레스코프와 니네베(성경 지명 니느웨) 평원 등에 살던 기독교인들은 도망쳐 난민으로 살았다.
IS는 기독교 지역을 샅샅이 파괴했는데 약탈과 함께 집과 교회를 불태우고 유물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제2도시 모술에서 서쪽으로 15㎞ 떨어진 대표적인 기독교 도시 카라코시의 경우 광범위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IS에 저항하기 위해 의용군 격인 ‘바빌론여단’에 가입해 전투에 나서기도 했다. 주로 가족이 죽거나 팔려간 기독교인 청년들이 참여했다. 바빌론여단이 가장 먼저 탈환에 성공한 도시는 모술이었다.
현재 많은 구호단체들이 기독교인들과 소수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라크기독교구호위원회는 카라코시에 20채의 집을 보수했으며 미국 오픈도어선교회는 이라크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독교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기독 서적을 배포했다.
이라크는 이슬람교가 95.9%에 달하며 이중 수니파가 35%, 시아파가 60%를 차지한다. 나머지 종교는 기독교 3%, 기타 2% 등이다.
이라크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04년 알카에다와 관련된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에 납치된 김선일씨가 살해를 당했다. 앞서 2003년엔 고 김사무엘 목사 등이 바그다드에 교회를 개척해 중동 기독교인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힘쓰기도 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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