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만㎡ 대지에 숙소·기도실 등 건설 중… “제2의 선교 도울 것” [2018-12-11 00:01]
은퇴 선교사의 쉼터 ‘생명의 빛 홈타운’ (중)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생명의빛홈타운 건축현장. 생명의빛홈타운은 노인을 포함한 은퇴 선교사
들이 안정적으로 머물며 다문화가정을 돕는 등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건축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봉미산안길 338-32번지.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이 2015년 설계를 시작해 공사가 진행 중인 생명의빛홈타운이 있는 곳이다. 밀알복지재단은 이곳에 대지면적 1만9427㎡(약 5886평) 규모로 노인을 포함한 은퇴 선교사 거처를 세우고 있다. 국민일보는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최근 생명의빛홈타운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사 파송은 1990년대에 본격화됐다. 당시 40~50대가 주축이었던 선교사들은 이제 60대 이상의 고령이 됐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은퇴 선교사를 맞이할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은퇴 후 귀국한 선교사들은 정부의 도움으로 거처를 얻거나 요양병원 등 의료시설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어렵게 생활한다. 은퇴 선교사가 갈 곳 없이 떠도는 사실이 비극이라고 생각한 홍정길 이사장의 제안으로 재단은 2015년부터 생명의빛홈타운 설계에 돌입해 2016년 9월 공사를 본격 시작했다.
배용호 재단 간사는 “은퇴 선교사들은 교회나 교단에서도 머물 거처나 사역을 알아봐 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20년 이상 선교 현장을 경험한 선교사들을 외면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축적해 온 경험과 경륜, 노하우를 버리는 것과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생명의빛예배당은 공사가 끝난 상태였다. 이곳은 은퇴 선교사들이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미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주일 오전 11시 이곳에 모여 합동예배를 드린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예배당 3층에는 통나무 수백 개가 수직으로 서 있었다. 연단의 가장 앞에 강대상이 서 있는 일반 예배당과 달리 한가운데에 단상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현장을 안내한 배 간사는 “예배당은 러시아산 홍송 834개가 수직으로 서 있는 구조”라며 “하나님의 영광을 표현할 수 있도록 철골 구조를 이용해 통나무들을 수직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은퇴 선교사들이 머물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2차에 나눠 진행되는 생명의빛홈타운 주거동의 골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본관동과 주거동으로 이뤄져 있는 생명의빛홈타운에는 주거동 안에 36개의 숙소가 들어선다. 1실당 약 52.8㎡(16평) 규모다. 유권신 재단 교회협력실장은 “선교지에서 돌아온 은퇴 선교사 내외 혹은 1인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규모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본관동은 은퇴 선교사 혹은 60세 이상 노인이 가족이나 지인을 맞이할 수 있는 응접실과 주차장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바깥으로 나가자 잔디밭 위에 정육면체 모양의 콘크리트 건축물이 여러 개 눈에 들어왔다. 은퇴 선교사의 가족과 친지들을 위한 소모임 혹은 기도를 위한 공간이다. 현장 관계자는 “기도실 입구는 성인 남성이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진리 앞에 고개를 숙이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16.5㎡(약 5평)부터 23.1㎡(약 7평) 정도로 이뤄진 기도실에서는 각각 4~6명의 성인이 성경공부와 기도 모임을 할 수 있다.
생명의빛홈타운에 입주할 은퇴 선교사들은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제2의 선교’를 시작한다. 인근 가평과 포천 등지에는 다문화가정이 많다. 운전부터 돌봄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은퇴 선교사들이 복음과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곳들이다. 유 실장은 “선교사들의 삶 자체가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은퇴했더라도 안정적인 거처만 있으면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가정 등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퇴 선교사들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삶 자체가 지역 내에서 사회복지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평=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