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종교적인 가운과 복장
[공예배 시간에 목사가 종교적 가운을 입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가 넥타이를 꼭 매어야하는 것도 아니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도 단정한 복장을 갖출 수 있다. 목사의 권위가 그러한 의상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한 목사의 참된 권위는 사라질 것이다. 오늘날 목사가 특정한 의상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인식이 되어있는 점은 꼭 개선되어야만 한다]
하나님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시는 분이 아니다. 인간들은 눈에 보이는 외모로써 타인을 평가하기를 좋아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인간의 내면과 본질을 보신다. 하지만 사람들은 외모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남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들은 자신의 외모를 그럴듯하게 꾸밈으로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한다. 나아가 특별한 의상을 입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듯한 사람들끼리 서로 높여주며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결코 인간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시지 않는다. 따라서 성경은 성도들이 외모로 사람을 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상전들아 너희도 저희에게 이와 같이 하고 공갈을 그치라 이는 저희와 너희의 상전이 하늘에 계시고 그에게는 외모로 사람을 취하는 일이 없는 줄 너희가 앎이니라"(엡6:9);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너희가 받았으니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약2:1)
물론 성경 본문에 기록된 ‘외모’란 매우 광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인종과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 안에서는 그런 것들 뿐 아니라 복장이나 외형을 보고 사람을 차별하거나 판단하려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여기서 공예배를 인도하는 목사의 가운과 복장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이방 종교인들은 대개 복색을 달리함으로써 자신이 평범한 신도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들은 그것이 신과 더 가까운 존재인 것을 나타내는 표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교회에 속한 목사는 결코 그렇지 않다.
어떤 특별한 의상을 갖추어 입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된 본질이 소중할 따름이다. 따라서 인간들이 고안한 종교적인 복장을 통해 일반 성도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목사의 가운이 구약의 제사장들의 복장에 근거를 두고 있는 듯 주장하는 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구약시대 제사장을 비롯한 성전 종사자들이 복식을 갖추어 입었던 것에 반해 선지자들은 일반 백성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복장을 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약 성경에 나타나는 믿음의 선배들 가운데 종교적인 가운을 입고 활동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수님께서 특별한 복장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사도들을 비롯한 어느 누구도 의상을 통한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도리어 성경은 복음을 알지 못하면서 복색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자들을 강하게 책망하고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바는 과거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진정한 권위를 상실했을 때 종교적 의상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인간들이 고안한 특별한 복장을 통해 교인들 위에 군림하고자 했다.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외모로써 차별화를 시도한 것은 본질에 대한 확신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교적인 복장을 통한 차별화를 버리는 것이 도리어 목사 직분의 진정한 권위를 드러내게 된다. 만일 외형적인 모습으로 말미암아 종교적인 권위가 주어진다면 그것을 의존하지 않을 경우 그 권위가 약화된다는 논리에 봉착하게 된다. 일부 교회의 목회자들이 계절에 따라 검은 색과 흰색 등 다양한 가운을 갈아입고 계절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후드를 그 위에 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한국교회에서 목사는 예배시간에 넥타이를 맨 정장을 해야만 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잘못이다. 설교하는 목사가 반드시 서양식 정장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일제시대의 많은 목사들은 오늘날 우리와 같은 넥타이를 맨 정장을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았다. 그런 복장은 도리어 서구적이거나 친일적인 인사로 오해받게 할 우려가 있었을 따름이다.
당시의 목사들은 대개 흰색 두루마기의 소박한 한복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반드시 흰색 두루마기를 입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공적인 자리인 만큼 예의를 갖춘 깨끗한 의상을 갖추어 입고 예배를 인도했었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공예배를 인도하는 목사의 복장 역시 그와 같은 기준이면 충분하다.
목사가 공예배를 인도하면서 인간들이 고안한 종교적 가운을 입는 것은 신약시대의 신앙정신과 맞지 않는다. 구약시대의 제사장 복장은 예루살렘 성전과 연관하여 메시아 언약을 예표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후에는 성전과 제사장에 관련된 구약의 모든 율법이 성취되었다.
그러므로 우리시대의 목사들은 종교적인 가운을 벗어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넥타이를 맨 서양식 정장을 반드시 갖추어 입어야만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예배를 위한 공적인 자리에 서는 만큼 충분히 예의를 갖춘 복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장에 따른 권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존재하는 순종의 자세이다. 종교적인 복장으로 인한 외모를 벗어나 예배 가운데 마땅히 있어야 할 본질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이광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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