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 성전 . 예배당
단순한 진리를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인디아나주는 의외로 천둥 번개가 많은 곳이다. 며칠 전 TV에서 뉴스 시간에 벼락을 맞아 전소된 어느 교회 예배당을 보았다. 아니 교회가 벼락을 맞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이 보호하시는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벼락을 맞은 것은 교회가 아니라, 예배당이었다. 교회나 예배당이나 같은 것 아닌가? 천만에,,. 전혀 다르다. 오늘날, 성경의 진리가 곡해되고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교회, 성전, 예배당에 대한 혼돈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교회란 무엇인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입은 자들(called to be saints)’을 말한다(고전1:2). 교회를 일컫는 헬라어, 에클레시아(ekklesia)도 ‘부르심 받아 세상으로부터 구별된 무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교회는 조직이나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교인들 숫자나 소속 교단, 번듯한 건물의 유무 따위가 교회의 조건이 아니다. 거듭난 성도, 곧 성령으로 세례 받은 자만이 교회를 구성하는 요건이 된다(고전12:13 - 우리는 유대 사람이든지 그리스 사람이든지, 종이든지 자유인이든지,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서 한 몸이 되었고, 또 모두 한 성령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은 영혼들을 성경은 그리스도인으로 여기지도 않고(롬8:9 - 그러나 하나님의 영이 여러분 안에 살아 계시면, 여러분은 육신 안에 있지 않고, 성령 안에 있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닙니다.) 교회(그리스도의 몸)의 구성원이 될 수도 없다.
언젠가 어느 분이 내게 전화로 신앙상담을 해왔다. 들어보니 상당한 믿음이 있는 분 같아 “집사님이신가요?” 하고 물었더니 아주 죄송하는 듯한 목소리로 “아닙니다. 성도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성도일 뿐이라니! 성도, 곧 ‘거룩한 사람’(saints)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호칭인데…. 죄인인 우리를 거룩한 자녀로 삼아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놀라운가. 그런데 적지 않은 교회에서는 아무 직분도 갖지 않은 교인을 부르는 호칭으로 성도를 사용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성경의 기초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다시 한번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님이시고 성도들은 교회의 몸을 구성하는 각 지체(부분)이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는 높고 낮음이나 더 귀하고 덜 귀한 것이 있을 수 없다. 다 높고 다 존귀하다(고전12:14-26). 목사, 장로, 안수집사, 서리집사…. 이것이 무슨 계급인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은사를 따라 부여되는 역할일 뿐이다. 성경을 읽어 보고 읽어 보고 읽어 보라. 성경 어느 한 군데에서라도 교회 안에 신분과 계급의 차이를 말하고 있는지를. 교회에서 유일하게 높은 분이 있다면 하나님 한 분 뿐이다.
그렇다면 성전은 무엇일까?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는 '거룩한(聖) 집(殿)'이 곧 성전이다. 그러면 오늘 날 하나님의 영은 어디에 거하시는가? 수십, 수백억 들여 건축한 화려한 예배당에 거하시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예수님을 주로 믿어 영접한 거듭난 성도들 안에 거하신다. 그러므로 성도들의 몸이 곧 성전이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하나님의 성전이요 하나님의 성령이 여러분 가운데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나님께서도 그 사람을 멸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합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성전입니다.”(고전 3:16,17) “여러분의 몸은 성령의 전입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으로부터 성령을 받아서 여러분 안에 모시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까? 하나님께서 값을 치르고 여러분을 사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몸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십시오.”(고전6:19, 20).
예배당 건물을 성전으로 착각, 이를 신성시한 나머지 성전(?) 건축에 온갖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은 보통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건 성전이 아니라 성도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집(예배당)일뿐이다. 예배당은 도적도 들고 벼락도 맞고 불도 날 수 있다.
구약 족장시대, 사사시대에 하나님의 영은 언약궤 위에, 출애굽 당시에는 장막 성전에, 그리고 솔로몬 성전 이후에는 지성소에 거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에 이은 오순절 사건 이후부터 하나님의 영은 모든 믿는 자들 안에 거하신다(행2:17, 18, 38, 39).
바울은 예수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구약의 율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지를 개탄했는데(고후3:12-18) 그로부터 이천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구약시대에 살고 있단 말인가? 신구약 성경 어느 곳에 성전(건물)을 잘 지어 바쳐야 한다는 하나님의 명령이 있더란 말인가. 성전 건축은 하나님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언제 너희들더러 나를 위하여 좋은 전을 건축하라고 했더냐?”(삼하7:5-7).
언젠가 극동방송을 통해 부산의 어느 원로 목사님 설교를 들었다. 그 목사님은 성도들이 자기들 집은 잘 짓고 살면서 성전 건축에는 소홀히 한다는 것을 질책하고 있었다. 기업이나 방송사 사옥의 화려함을 예로 들면서, 하나님의 성전은 이 보다 훨씬 잘 지어야 한다. 유럽의 웅장한 성당을 거론하면서 유럽이 잘 살고 복(?)받은 것을 성전(?) 건축을 잘한 덕분이라고 강조하는 것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년 전, 어느 교회가 크고 좋은 예배당을 신축, 입당 감사예배를 드린 적이 있었다. 예배당을 꽉 메운 성도들 앞에서 모 신학대학 총장님이 축사를 하는데, 목사님과 성도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하나님의 성전을 귀하게 여기고 늘 성전을 사모하며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라”는 권면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신학대학 총장님조차 예배당과 성전을 혼동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진정 거룩하게 여기고 깨끗케 해야 할 것은 성전 된 우리들의 몸이 아니던가. 우리는 왜 교회에서 어린 소자라도 그 영혼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가. 하나님이 그 영혼을 예수님의 피 값으로 사셨을 뿐 아니라 그는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는 성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형제가 주님 영접 이후 즐기던 담배를 완전히 끊고 삶이 크게 달라졌다고 간증하면서 “내 몸이 하나님의 성전된 것을 안 이상, 어떻게 성전을 무익하고 매캐한 연기로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성전을 올바르게 이해한 성도라면 자신의 육체를 세상과 구별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유럽여행 중에 유명하다는 성당을 몇 군데 들러보았다. 화려하고 육중한 대리석 기둥과 바닥, 유명화가의 천정화, 벽화들, 예수님과 마리아, 성자들의 조각, 금물로 치장한 첨탑들…. 그러나 나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신성을 느낀 것이 아니라 인간을 억압하고 주눅 들게 만들었던 중세교회의 타락에 가슴이 아팠을 뿐이다.
주일 한 때, 평일 새벽기도회 잠깐 사용하자고 그 막대한 돈을 들여 예배당을 짓는단 말인가. 그럴 바에야 서울의 어느 깨인 교인들처럼 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드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또한 기왕에 예배당을 잘 지었다면 선교와 교육, 봉사를 위해,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 열려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주에는 깡통교회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안디옥교회가 있다. 콘세트 막사라 불리는 함석간이 건물을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교회는 교회 예산의 60% 이상을 선교와 구제에 쓰고 있다고 들었다. 수십, 수백억 들여 예배당을 짓고 그 건물을 유지·관리하느라고 교회 예산 쏟아부으며 일 주일에 불과 몇 시간 사용하고 마는 교회와 깡통교회, 과연 하나님께서는 어느 교회를 인정하시겠는가?
얼마 전, 현재 섬기고 있는 인디아나 블루밍턴 감리교회의 대학부(모두가 유학생들)에서 이 메시지를 전했을 때 많은 청년들이 이 말씀을 통해 은혜와 깨달음을 얻았노라고 고백하는 것을 들었다. 교회, 성전, 예배당. 도대체 이 간단명료한 진리를 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적지 않은 교회 지도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일까,아니면 알면서도 왜곡하고 있는 것일까. 중세의 무지했던 시대와 21세기인 지금, 과연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천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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