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세습 삼총사
“미국 상원의 채플 목사였던 리처드 핼버슨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해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대형교회의 세습을 비판한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교회는 한국으로 와서는 대기업이 되었다.’” 대한민국 뉴스의 한 대표 앵커는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나서 이런 말로 뉴스를 마쳤다. 한반도에는 세습을 하는 대표적 세 집단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첫 번째는 북한이고 두 번째는 재벌,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대형교회라는 우스우면서도 우습지 않은 이야기. 그러고 보면 이 세 그룹 모두는 가장 한국적인 동시에 한반도를 망치는 대표적 집단이기도 하다. 첫 번째 당사자는 정치적으로, 두 번째 당사자는 경제적으로, 세 번째 당사자는 종교적으로. 이 셋, 왠지 예수님이 겪으셨던 광야의 세 시험의 분야와도 묘하게 겹친다. 이 세 집단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세습 자체를 정당하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그 세습의 절차마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부자세습을 모든 인민의 의지라고 주장하고 민주적인 선거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기업 형태인 재벌(재벌은 영어로도 chaebol이다)도 부자세습을 전 기업과 주주들의 의지이며 의총을 걸친 역시 민주적인 절차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대형교회 역시 부자의 세습은 모든 교인들의 뜻이며 교인 총회의 민주적 의결을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의 세습 삼총사는 모든 면에서 닮아 있다. 중세에 이르기까지 왕의 아들이 왕을 이어받는 전통은 그것이 가장 최선이라서라기보다는 그것이 불가피한 폭력과 전쟁 없이 왕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강하고 가장 덕이 높으며 가장 지혜로운 자가 왕이 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의 난립과 끊임없는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왕의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은 말하자면 차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인간 의식과 역사가 발전한 지금은 최고 권력자는 대중으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은 대표자로 간주되는 시대다. 이런 세상에서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아들이 그 누구보다 현명하고 그 누구보다 강하기에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미개의 실상을 목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세 분야에 걸쳐서. 이 셋에게 있어 가장 나쁜 것은 세 집단 모두 사유할 수 없는 공동의 것을 가족의 사유로 만들 수 있다고, 그래도 된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나라도, 기업도, 교회도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 모든 타락과 착취는 바로 공적인 것의 사유화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것이 영적인 것에 관한 것이라면 그 참담함이야 이루 말 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을 고칠 수 있을까? 어쩌면 고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고칠 수 없는 것이라면 버리는 것이 맞다. 어쩌면 지금은 어떻게 버릴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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