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는 필리핀을 찾은 유 목사 부부. 선교 센터를 짓기 위해 서 선교사를 후원했지만 이들은 피고 신세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됐다. |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유 아무개 목사 부부는 6월 초 필리핀 선교사 서 아무개 씨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필리핀에 선교 부지를 사도록 유혹한 뒤, 현지 법을 이용해 땅을 가로채고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다. 유 목사는 필리핀에 투자한 금액이 이것저것 합쳐 5억 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학교 세우려다 돈 떼였다는 목사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유 목사 부부가 서 아무개 선교사를 처음 본 것은 TV에서다. 2004년, 서 선교사는 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해 필리핀 선교 활동을 소개했다. 서 선교사는 2007년 CGNTV '웰컴! 미셔너리'에도 출연했다. 1991년부터 20년 넘게 필리핀에서만 사역한 서 선교사 이야기는 유 목사 부부에게 감동을 줬다.
선교 스토리를 접한 유 목사 부부는 그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필리핀은 외국인이 땅을 직접 살 수 없기 때문에, 유 목사는 자신의 이름을 딴 'YMY World Misson Incorporation(YMY)'이라는 현지 법인을 세우고 선교 센터를 지을 준비를 했다.
후원 감사 편지 대신 날아온 고소장
문제는 건축 진행 과정 중에 불거졌다. 유 목사는 2009년 건축 비용 4억 5,000만 원을 송금했다. 이후 현지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내야 하는 돈도 유 목사가 다 냈다. 200~300만 원씩 몇 차례 보냈다.
그러던 중 유 목사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시청에 벌금을 내야 한다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시청에서는 벌금과 인허가 수수료 10만 페소(한화 약 250만 원)를 내면 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순탄하게 진행되는 줄로만 알았던 건축이 무허가 상태였던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던 차에, 이번에는 필리핀 현지인들이 유 목사를 고소했다. 현지 법인을 만들려면 외국인과 필리핀인을 4:6 비율로 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지인들이 '필리핀인 이사 비율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 목사를 고소한 것이다.
현지 대화도 통역 없이는 불가능했던 유 목사가 재판에 대응하기란 어려웠다. 사태 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법원은 현지인들 손을 들어주고 이사 명단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고소 배후로 서 선교사를 의심했지만, 서 선교사는 "나도 피해자"라고 반발했다. 이후 양측 관계는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이 판결 이후 건축은 일시 중단됐다. 필리핀인들이 '우리 땅에 마음대로 집 짓지 말라'며 공사 중지 가처분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이러다 헌금한 돈을 모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 선교사와 일체 연락을 끊고 개별 대응에 나섰다.
유 목사는 2011년부터 YMY 이사진에서도 빠졌다. 유 목사는 자발적으로 빠진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법인 설립 당시부터 2010년까지 필리핀 현지 법인 문서에 President와 CEO로 기재돼 있던 유 목사의 이름은 2011년 문서부터 빠져 있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유 목사 부부는 서 선교사에게 항의했지만, "현지 법에 따라 이사회 참석 통보를 했는데 안 와서 자기들끼리 표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 목사가 현지 법인에서 쫓겨난 후, 그 사이에 서 선교사는 새로운 후원자를 찾아 건물 공사를 재개하고 완공했다. 유 목사 부부와 일면식도 없는 대구B교회 김 아무개 장로가 YMY 법인이사장이 됐다. 유 목사 부부는 김 장로에게 "10원 한 푼도 내지 않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항의했다면서, 자신이 시작한 선교 사업이 남에게 통째로 넘어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소식은 한국에 있는 목사들에게도 들어갔다. 유 목사 부부는 서 선교사가 소속 교단인 예수교대한성결교회에서도 쫓겨나고, 바울선교회(이동휘 목사)에서도 쫓겨났다고 했다. 유 목사 부부는 "2011년 바울선교회는 서 선교사가 필리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동휘 목사가 나서서 잘 해결하라고 했다. 그러나 서 선교사가 말을 듣지 않고 나가 버렸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확인 결과, 서 선교사는 출신 교단인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선교사가 아니었다. 교단 관계자는 "서 선교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교단을 떠나 장로교로 갔다"고 말했다. 스스로 나간 것인지, 무슨 불법을 저질러 교단으로부터 쫓겨난 것인지 구체적인 사유를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개인적인 사유로 떠났을 뿐, 구체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 선교사는 오랜 기간 자신을 후원해 주던 전주 바울선교회(이동휘 목사)에서도 몇 년 전 탈퇴했다. 홈페이지에 선교지 소식을 간간히 올리던 서 선교사는 2011년 "개인적 사유로 사임한다"는 글 이후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바울선교회 이동휘 목사는 "필리핀에서 한 기관과의 문제 때문에, 내부에서 '나가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제명당한 것은 아니지만, 필리핀 문제 해결이 안 돼 떠난 것"이라고 대답했다.
▲ 유 목사 부부는 필리핀 현지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원금은커녕 온갖 벌금과 소송 비용만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선교 센터 완공식에 유 목사 부부가 아닌 다른 교회 장로가 참여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선교사 양심을 걸고, 나는 억울하다"
<뉴스앤조이>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서 아무개 선교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그는 "선교사 양심을 걸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예성 교단을 나와 다른 교단으로 옮긴 것에 대해, "예성 소속일 때는 실제 제대로 파송받은 상태가 아니었고 재정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했다. 아픈 자녀도 있고 어려운 처지였는데, 한 후원자 장로의 권유로 교단을 옮겼다고 했다.
그는 2011년 대구B교회 김 아무개 장로의 인도로 소속을 예성 교단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대구B교회로 옮겼다. 대구B교회는 서 선교사 '파송 교회'가 됐고, 이 교회 김 장로는 YMY법인 이사장이 됐다. 서 선교사는 현재 교단 법상으로 '전도사'다.
서 선교사는 바울선교회가 자신을 무슬림이 많이 사는 중동 지역으로 보내려고 했기에 이에 반발해 선교회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에서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을 도와준 유 목사를 법인 이사장직에서도 쫓아내고 건축 과정에서 배제했다는 얘기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는 필리핀에서의 일은 현지 법에 맞게 처리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유 목사를 몰아내려 한 게 아니라고 강변했다. 오히려 차후 유 목사는 2013년 이사진에 다시 들어왔고 자신은 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았다고 했다.
서 선교사는 "유 목사가 지금도 경영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서, 무엇을 문제 삼고 저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유 목사 옆에서 통역을 도와준 전 아무개 선교사가 중간에서 돈과 땅에 욕심을 내고 나와 유 목사 사이를 이간질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돈다"고 했다.
후원자-선교사, 7년간 소송만 10여 건
서 선교사도 처음에 유 목사 부부와 관계가 좋았던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유 목사 부부는 기독교 방송에 나오는 미담을 듣고 좋은 마음에 후원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방송에 나온 모습만 보고 속았다"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 선교사 또한 유 목사 아내를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감정이 악화된 상태다.
2011년 시작된 소송전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유 목사 부부는 절도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고, 이민청에 불법체류로 신고당해 법정까지 가 승소 판결을 받아 오기도 했다. 현재도 필리핀 법정에는 명도 확인소송과 건축 과정 불법성을 다투는 형사소송 등 양측 문제를 다루는 재판만 네 건이다.
한국에서도 고소는 이어진다. 서 선교사는 2013년 대구B교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며 자신을 '도둑놈', '사기꾼'이라고 호칭한 유 목사 부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유 목사 부부는 각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이에 불복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올 6월 초 유 목사 부부가 서 선교사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건은 양측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상태다.
서 선교사를 30년 이상 알고 지냈다는 한 목사는 이런 일이 발생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서 선교사에게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