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XX교회가 아래와 같이 담임목사님을 청빙합니다.

- 자격
1) 연령: 만 40세~만 50세
2) 학력: 4년제 정규대학 졸업 후 본교단 신학대학원 졸업
3) 목사 안수 후 목회 경력 10년 이상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단 신문 또는 신학대학원 청빙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담임목사 청빙은 대부분 이 두 곳을 통해 이뤄진다. 모집 공고를 낸 교회는 많지만 지원 자격 요건은 대동소이하다.

우선 교단 범주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같은 교단 목사로 자격 제한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원 가능한 연령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경우가 많다. 공고를 낸 교회가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학력과 경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경우도 흔하다.

새로운 담임목사를 결정하는 청빙위원회 구성원도 교회마다 비슷하다. 장로교단의 경우, 일반적으로 당회를 구성하는 장로들로 청빙위원회가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현직 담임목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교회 안에 분란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청빙 과정에서 평신도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교회 구성원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지만, 여성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무시되기 일쑤다. 청년도 마찬가지다. 청빙위원회가 추려 낸 후보를 등록 교인이 모이는 공동의회에서 승인할 때, 담임목사가 될 사람의 기본 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 산울교회가 담임목사 청빙을 두고 특별한 실험을 한다. 담임목사로 지원하는 사람의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예장합신 외 타 교단 목회자의 서류 접수도 받기로 했다. (산울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평신도 포함해 청빙위원회 구성…설문 조사로 교인 원하는 목회자상 그려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산울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 소속으로 장년 출석 인원이 500명에 달하는 중견 교회다. 1997년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가 개척해 한때 1,000여 명 가까이 출석했지만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며 네 차례나 교회를 분립했다.

산울교회는 자발적 교회 분립 외에도 여러 개혁적인 실천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설립 때부터 목회자·장로 정년을 65세로 정하고 지금까지 지켜 왔다. 새 담임목사 청빙을 앞두고 정관 개정 작업도 한창이다. 2018년부터 목회자 납세를 원칙으로 정했고, 새로 부임할 목회자 의사에 따라 2017년부터 납세가 가능하게 준비를 마쳤다.

현재 산울교회는 담임목사 청빙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분립 때 이문식 목사가 73명의 교인과 함께 교회를 개척해 분립해 나갔다. 이후 부임한 목사가 2015년 11월 사임하면서 2016년부터 담임목사 자리가 공석이다.

청빙 과정도 특별하다. 청빙위원만 18명이다. 임시당회장을 맡고 있는 성주진 목사(합신대)는 의결권이 없는 언권위원으로 청빙위원회 지도를 맡고 있다. 시무장로 6명, 7개 소위원회 위원장(안수집사), 권사회장, 안수집사회장, 청빙위원회 서기(서리집사), 청년1·2부 회장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청빙위원의 연령·성별이 다양하다고 전 교인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산울교회 당회는 컨설턴트직에 종사하는 교인과 함께 설문지를 만들었다. 교인이 바라는 바람직한 목회자상과 교회상에 대한 설문 조사였다.

출석 교인 500여 명 중 327명의 유효 대답을 분석했다. 교인들은 말씀과 삶이 일치하는 목회자를 가장 바라고 있었다. 짦은 문구지만 많은 뜻이 함축돼 있었다. 교인들이 바라는 교회상도 뚜렷했다. '이웃의 고통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세상의 본보기가 되는, 정의가 강 같이 흐르는 공동체'를 산울교회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꼽았다.

청빙위원회는 교인들의 바람에 가장 가까운 목회자를 청빙하기 위해 '열린 청빙' 방침을 정했다.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타 교단(합동·통합·고신·대신) 목회자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예장합신이 타 교단보다 신학생 배출 규모가 적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고려 대상이었다. 청빙위원회는 여러 차례 논의를 통해, 교인과 함께 호흡하고 교회 비전에 공감할 수 있다면 다른 교단 목회자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청빙위원회는 4월 27일 교회 홈페이지에 청빙 공고문을 게시할 예정이다. 서류 접수는 5월 14일까지이고,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메일로만 접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