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축사에 가려진 진실
친구 교회의 헌당식에 참석한 일이 있다. 그 교회는 지방에 있는 중형교회에서 분립된 이름이 제이00교회였다. 그 중형교회가 그 노회에서 가장 큰 교회였기 때문에 그 교회가 속한 노회의 목사들을 비롯해서 많은 축하객들이 4백 여 명이 앉을 만한 예배당을 가득 메웠다. 헌당예배를 마치고 2부 순서로 들어가서 내빈들의 축사가 있었다. 예배시간의 설교를 통해서 노회장도 그렇게 말했지만, 축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교회를 분립해서 새로운 교회를 세운 중형교회 C목사의 큰 뜻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나는 그 칭찬을 들으면서 너도나도 자기 교회를 더 크게 만들려고 애쓰는 때에 C목사는 많은 사람이 본받을 만한 일을 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헌당식 후에 같이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는 친구의 말에 친구가 행사 마무리를 하고 나올 때까지 교회 옆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렸다. 그 친구가 와서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C목사의 거룩한 뜻을 언급하면서 요즘 보기 드문 분이라고 칭찬하려고 했다. 내가 말을 꺼내자 친구는 손을 가로 저으면서 그분은 그렇게 훌륭한 분이 아니라고, 축사의 내용과는 많이 다른 일을 했다고 말했다. C목사가 당회와 상의하지 않고 회계 담당자와 짜고 교회재정에 손을 대는 등 전횡을 일삼자 일부 장로들이 그러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상당히 오랫동안 담임목사와 장로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단다. 그러다가 어느 날 C목사가 자기의 비리를 지적해온 장로들 중의 한 사람을 만나서 교회를 분립해줄 테니 그 교회로 나가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장로들이 담임목사와 불편한 상태로 신앙생활을 계속하기보다는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 제의에 응해서 분립되는 교회로 나오기로 했단다. 결국 C목사는 자기의 목회에 방해가 되는 장로들과 교인들을 몰아낸 것이다. 그러한 C목사의 의도는 노회 안에 널리 퍼졌다. 그런데 축사를 맡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교회를 분립한 C목사의 뜻이 거룩하다고 칭찬했다. 물론 그 내막을 모르는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나처럼 그 축사의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였겠지만, C목사의 교회에서 나온 교인들과 그 노회에 속한 목사들은 모두 그 축사의 내용이 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축사를 들으며 C목사가 만면에 미소를 지을 때, 내 친구는 축사하는 사람들이나 C목사가 온통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데에 욕지기가 났다고 했다. 잠시 동안이기는 했지만 내가 그 사람들의 가식과 위선에 완전히 놀아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시는 커피가 별로 향기롭지 못했다. 일전에 어느 대형교회 목사의 은퇴식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그 은퇴식에서 사용된 어휘들은 최대의 경의를 표하는 것들이었다. “은퇴 찬하 예배”, “큰 목사님”, “회장님”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었고, 감독은 은퇴목사를 다윗에 비유했다. 축하순서도 다양하고 화려했다. 축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분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큰 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축하객들 중에는 선교지인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한껏 경의를 표하면서 축하하는, 아주 성대하고 화려한 은퇴식이었다. 나는 그 은퇴 목사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그분의 삼형제가 이북에서 내려와서 대형교회를 이룬, 목회에 성공한 분들이라는 것, 그분의 형들이 아들들에게 교회를 세습시켰다는 것, 그리고 그분이 감독에 선출되고도 법에 저촉되는 일로 인해서 감독직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다. 그런데 은퇴 행사의 기사를 보면서 무엇보다 먼저 그 행사가 너무나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행사에서는 당사자에 대해서 좋은 말만 하게 되어 있지만, 낯간지러울 정도의 미사여구가 사용되고 있었다. 타임캡슐은 지하에 묻는 것이 상례인데, 묻지 않고 아름답게 장식해서 교회에 보관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은퇴식의 절정은 아들에게 목사 가운을 입혀주는 세습식이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한국인들의 의식수준이 아주 높아진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이렇게 높아졌다면, 교인들의 판단 능력도 많이 높아졌으리라고 어림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하지만, 사람의 눈도 두려운 줄 알아야 한다. 그 화려한 은퇴식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내가 마시는 커피가 쓰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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