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직업인 현직 의사가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서울시립동부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현정 박사를 만나 ‘수술을 받지 말라’고 권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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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현직 정형외과 전문의가 쓴 책의 제목이다. “제목이 좀 자극적이죠?
하지만 수술을 받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정말 필요한 경우엔 수술을 받아야죠.
하지만 수술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나을 때에 한해, 신중하게 받으시라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의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죠.”
서울시립동부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자 김현정(47) 박사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 의학박사를 취득한 뒤,
1999~2002년 미국 코넬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며 고 박태준 총리의 뉴욕 자문의 역할을 했다.
2002년 귀국 후엔 아주대학교 의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다 우연히 인도의 고대 의학인 아유르베다(ayurveda)와 만나게 된 김 박사는,
학교를 그만 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아유르베다 대학(CCA; California Collaege of Ayurveda)에서 고대 인도의 의학을 공부했다.
아유르베다 교육전문가인증(Ayurveda Health Educator)을 획득한 김 박사는 이를 통해 김 박사는 건강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질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천적 개념을 새로 정립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물었다.
“일류 요리사는 손님들에게 매일같이 기름진 진수성찬을 차려줍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가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소박하게 차려 먹지요. 왜 그럴까요?
이상하게도, 아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의사들은 의료소비에 있어서 일반인들과 다른 선택을 보입니다.
예를 들면, 건강검진 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인공관절이나 척추, 백내장, 스텐트, 임플란트 등의 수술을 받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심지어 항암치료 참여율도 떨어집니다.
요컨대 검사도 덜 받고, 수술도 덜 받고, 몸을 사리는 것이죠.
정형외과 의사들이 무릎이나 어깨 수술을 받는 일은 그 세계에선 뉴스거리가 될 만큼 희귀한 일입니다.
왜 그럴까요? 의사들은 왜 환자들에게 권하는 처방을 자기 자신에겐 권하지 않는 걸까요?”
환자에게 권하는 처방, 자기 자신에게는?
김 박사는 “의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 의학의 혜택 뿐 아니라, 한계와 허상까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웬만한 검사나 치료에 섣불리 몸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아픈 것을 참지 못하잖아요.
되도록이면 빨리, 가능하면 당장 낫기를 원하죠. 그것도 완벽하게 낫기를 원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서 차근차근 얻을 수 있는 근본적인 치유책보다,
꼼짝 않고도 저절로 나을 수 있는 방법에 더 솔깃해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 의학기술은 사람의 몸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인공관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사람의 몸처럼 기능하지는 못합니다.”
김 박사는 “아무리 상하고 아무리 못났어도 내 몸보다 좋은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단언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 삽입하는 물질은 살아있는 조직이 아니라 죽은 조직입니다.
아무리 못나고 망가져도 내 몸은 살아있는 생물이고,
아무리 뛰어나고 세련됐어도 인공장치는 죽어있는 무생물입니다.
생물은 세포가 퇴화하기도 하지만 변화하며 새로 돋아나는 반면, 무생물은 심는 그 날부터 망가지는 일만 남습니다.”
김 박사는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을 예로 들었다.
“연골이 닳으면 그 아래에 연골하골이라 부르는 생뼈가 노출됩니다. 연골하골에는 신경세포 말단이 분포돼 있어요.
움직일 때마다 서로 마찰을 하게 되면 안 아플 수가 있겠어요? 마찰로 떨어져 나온 연골 부스러기들을 없애려고,
관절을 둘러싼 활액낭 세포들은 관절 안으로 물을 뿜으며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러면 무릎이 붓고, 열도 나고, 많이 아파집니다.”
“하지만 실은 이 모두가 우리 몸의 자기방어기제입니다.”
김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를 고쳐나가는 자정작용이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섬유조직이 자라 들어와 연골이 벗겨져 나간 자리를 메우기도 하고,
연골하골에 모여든 미네랄이 단단하게 굳어 연골 역할을 대신해 나가도록 적응하게도 됩니다.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심한 퇴행성 관절염을 보이는 경우라 해도,
실제 환자는 별로 아파하지도 않고,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도 못하는 단계에 이른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은 우리가 다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 놓은 것이죠.
의료계 주변에서 하는 우스갯 소리 중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안아파지기 전에 얼른 수술 받으세요’ 라고요.
가만히 기다리면 아프지 않게 되니, 그 전에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역설적인 유머입니다.”
“자연은 방법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
김 박사는 정형외과 교수의 케이스를 사례로 들었다.
“야유회에서 배구를 하다가 넘어졌는데, 병원에 돌아와 검사를 해보니 전십자인대 파열이었어요.
이 경우 인대이식을 통한 재건수술을 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판단의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환작 평소 얼마나 활동이 많은 사람인가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라면, 수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용차를 모는 사무직이라면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 기준은 인대가 얼마나 파열됐나 하는 점입니다.
여러 가닥으로 꼬아진 동앗줄을 생각해 보세요. 동앗줄이 90% 이상 끊어졌으면 수술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50% 미만이라면 수술을 반려합니다.
그런데 이 교수의 경우엔 전십자 인대가 완전히 끊어져 있었습니다.
인대를 둘러싸고 있는 활액막만 조금 붙어서 흐느적거리고 있었어요.
수술팀은 잠시 의논을 했죠. 그중 가장 연장자인 다른 교수가 결론을 냈습니다.
재건 수술을 진행하지 않기로 말이죠.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요?
환자였던 그 교수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 골프를 즐기며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근원적인 치료책은 자기 자신에서 나와
김 박사는 “근원적인 치료책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며,
거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JBJS(Jourmal of Bone ane Joint Surgery; 정형외과 저널)과 같은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쓴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저널에 논문을 실으려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만,
정작 실린 논문을 꼼꼼히 읽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공들여 쓴 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1년 남짓한 시간을 투자해 원고를 썼지만, 출간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출판사 여러 곳에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을 당했어요.
응답이 없는 곳도 있었고, 출판하려면 원고를 모두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요구한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대폭적으로 수정하고 싶진 않았어요.”
고민하던 김 박사는 개인출판업자로 등록, 직접 책을 발간했다.
원고 뿐 아니라, 표지 디자인, 편집, 조판까지 모두 자신이 직접 맡았다.
책 사이사이에 간간이 들어있는 일러스트도 모두 직접 그렸고, 1만5000원이란 가격도 자신이 직접 정했다고 한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는 제목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일체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간(2012년 11월 17일) 6주 만에 초판 1000부가 모두 팔려나갔다고 한다.
김 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했다.
“신기한 것은 증상이 같은 환자일 경우, 쾌활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더 빨리 낫는다는 점입니다.
우울한 사람은 예외없이 치유가 더딥니다. 성격이 명랑하고, 작은 일에 기뻐하는 적극적인 사람이 회복이 빠릅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인생을 즐기세요.” 김 박사는 “여러분 모두 행쇼(행복하십시오)”라며 활짝 웃었다. @fact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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