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학

[스크랩] 우리가 고쳐야 할 기독교 용어들 - 회의와 관련된 용어

수호천사1 2012. 11. 22. 15:06

우리가 고쳐야 할 기독교 용어들

Ⅳ. 회의와 관련된 용어

25. 고퇴 ⇒ 고퇴 또는 의사봉

한국의 장로교회는 정규 회의에 사용하는 의사봉(議事棒)을 ‘고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 용어는 국가나 사회 기관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명칭이며, 한국 교회 가운데서도 장로교회에서만 제한적으로 쓰고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07년 9월 17일 평양 장대재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노회를 창설하는 회의가 열렸던 때의 일이다. 절차위원장이 은으로 십자를 면에 새기고 청홍으로 태극을 머리에 그리고 광채 있는 은으로 띠를 띤 견고한 ‘마치’를 마삼열 회장에게 전달했다. 회장은 이 물건이 영원토록 대한장로교 노회의 마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이 ‘마치’란 이름이 속되다는 의견이 있어 회장은 기 일, 한석진 두 사람에게 이름을 개정하도록 임무를 맡겼다. 두 위원은 이틀 후 회의에서 ‘나무마치 퇴(槌)’자와 ‘고두’라 할 때 쓰는 ‘두드릴 고(叩)’자를 합하여 ‘고퇴’라 정했음을 보고하였고, 이것을 길선주 회원의 동의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고퇴’라는 명칭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노회에서 작명되어 결의 과정을 거친 것이므로 공식적 효력을 가진 용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용어가 노회 창설 때 제작된 의사봉에 대한 개별 명칭으로 지어졌고, 기독교적 의미를 포함하지 않은 이름이며, 장로교회 밖에서는 사용되지 않는특수용어임을 고려하여, 장로회 총회의 상징적 의사봉 만을 ‘고퇴’라 부르고 그 외에는 ‘의사봉’이나 ‘사회봉(司會棒)’이라는 현대적 용어로 바꾸어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제86회 / 2001년)

26. 자벽 ⇒ 지명, 임명

교회 회의록에 종종 ‘회장 자벽’이라는 기록이 보이고, 심지어 ‘자백’이라고 잘못 써 놓은 사례까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고어에 유래를 두고 있어 현대에 와서 거의 세력을 잃어버린 말을 교회가 고수하다보니 이처럼 생소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자벽(自辟)이란, 장관이 자기 뜻대로 관원을 추천하여 벼슬을 시키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이는 <수교집록(受敎輯錄)> <조선철종실록(朝鮮哲宗實錄)>에서 용례를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벽 행위는 각 관아의 우두머리가 아무런 기준도 없이 자기 사람들을 특정한 자리에 대거 기용함으로써 심각한 폐단을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이 용어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의미나 정서가 결코 긍정적일 수 없었다. 이 말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의장이 임의로 어떤 임원을 임명하는 일’로 바뀌었으나 어감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는 각종 회의에서 굳이 이 용어를 고집하고 있다. 대체로 회의 벽두에 특별위원을 선정하는 경우에 국한하여 사용되고 있는데, 회장의 자의임명이 불가피한 형편이라면 ‘회장 자벽’이라는 용어 대신에 ‘회장 임명’ 또는 ‘회장 지명’으로 고쳐 쓰는 것이 좋겠다.(제86회 / 2001년)

27. 증경 ⇒ 전(前)

‘증경(曾經)’이란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았고, 중국의 고대시가에 기원을 둔 특수한 말이다. 증(曾)은 ‘일찍이’라는 뜻이고, 경(經)은 ‘지내다’라는 훈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찍이 지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고대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었던 노조린(盧照隣)이라는 사람의 작품 <장안고의(長安古意)>에서 ‘증경’이라는 시어가 나오는데, ‘증경학무도방년(曾經學舞度芳年)’■일찍이 춤 배우느라고 젊은 시절을 보내었다네■ 정도이므로 그다지 심오한 뜻을 갖고 있지 않다.

한자어를 전통적으로 존중하며 차용하기 좋아했던 선비들이 이런 희귀한 용어를 우리나라에 들여왔고, 한국 교회도 교단을 위하여 일한 경력이 있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시하고자 이 단어를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회 바깥에서는 이 용어를 전혀 쓰지 않고 있어 ‘증경대통령’ ‘증경총장’ ‘증경사장’이라는 호칭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교회에서만 ‘증경총회장’ ‘증경노회장’으로 부르며 심지어 ‘증경청년회장’이라고까지 하여 이 단어를 남용하는 실정이다. 신분을 존중하기 위해 중국의 고대어를 써야 할 이유는 없다. ‘전총회장’이라고 하여 존대의 정도가 손상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제86회 / 2001년)

28. 휘장 분배 ⇒ 꽃 증정

총회나 노회에서 개회를 선포한 직후 ‘휘장 분배’라는 순서를 갖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점차 이를 생략하는 추세이지만, 역대 회장들과 주요 임원들이 일제히 단상으로 올라가 도열하면 이어서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들이 등장하여 임원들의 가슴에 꽃을 꽂아 드리는 모습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휘장(徽章)’이란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모자나 의복에 붙이는 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표지(標識)’라고도 할 수 있고, 이미 익숙해진 영어 단어로 ‘배지(badge)’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회의 초반에 원로회원에게 상징적인 지위를 부여하고자 배지 대신 가슴에 꽂아 드리는 꽃은 결코 휘장이라 할 수 없으며, 이 순서 또한 매우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분배(分配)’라는 용어 역시 재고되어야 한다. 분배는 고르게 나누어준다는 뜻이므로, 원로들에게 표지를 고루 나누어주는 순서라는 의미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굳이 이 순서를 사용하려 한다면 ‘꽃 증정’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가장 타당하리라 본다.(제86회 / 2001년)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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