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위대하다는 얘기는 많지만 그 이유를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더군요. 한글날도 가까워 오는데, 한글이 대단한 문자인 이유를 알아야 되지 않을까요?
1. 가장 진화된 글자
학자들이 말하는 문자 진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그림문자->상형문자->표의문자->표음문자(음절문자->음소문자)
상형문자로는 이집트 고대 문자가 있고, 표의문자에는 한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나문자(일본 애들 쓰는 문자)가 대표적인 음절문자고 알파벳과 한글이 음소문자에 들어갑니다. 음절이 뭐니 음소가 뭐니 하는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한글은 가장 진화된 문자라는 말.
2. 철학이 담긴 글자
한글 모음은 ' . ㅡ ㅣ' 의 세 가지의 조합으로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ㅗ = . +ㅣ'입니다. 여기서 ' . '은 하늘을 뜻하고 ' ㅡ '는 땅, 'ㅣ'는 사람을 뜻합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으로 모음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죠.
3.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뜬 글자
라고는 하는데 ㄱ, ㅁ 계열 말고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대신 다른 신기한 점이 있죠.
ㄱ ㄲ ㅋ : 입천장으로 내는 소리
ㄴ ㄷ ㄸ ㅌ ㄹ : 혀로 내는 소리
ㅁ ㅂ ㅃ ㅍ : 입술로 내는 소리
ㅅ ㅆ ㅈ ㅉ ㅊ : 치아로 내는 소리
ㅇㅎ : 목구멍으로 내는 소리
비슷하게 생긴 글자끼리 소리 내는 부분이 같죠? 이거 말고 또 대단한 건, 기본 글자(ㄱ,ㄴ,ㅁ,ㅅ,ㅇ)에 획을 더해서 만든 게 한글 자음이라는 사실. 모음이 세가지의 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미리 얘기했습니다. 역사가 흐르면서 우연하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다른 문자들과는 달리 자음 모음이 생성되는데 뚜렷한 원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4. 하나의 글자는 소리내는 방법이 하나!
잉글리시 -> 이걸 잉굴리시라고 읽는 사람이 있을까요?
Hangul -> 이걸 미국 애들한테 읽어 보라고 하면 뭐라고 읽을까요?
한글은 하나의 글자에 소리가 하나씩 대응되기 때문에 뭘 써 놔도 누구나 똑같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또 재밌는 사실이 있죠. 지금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를 한글로 적어 보세요. 저는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앵(한글)
알파벳?
waweweweweng(알파벳)
미국 애들한테 물어보면 사람마다 다 다르게 말할 겁니다. 일본 애들은 워낙 할 수 있는 발음이 제한돼 있으니 표기하기가 난감할 것이고, 중국애들은 서로 다른 한자라도 같은 소리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서 wa를 어떤 글자로 표기할지 고민해야 되겠죠.
5. 제목을 못 붙이겠습니다;
어쨌든 또 하나의 특징은 이런 겁니다.
ㄱ ㄲ ㅋ
ㄷ ㄸ ㅌ
ㅅ ㅆ
ㅈ ㅉ ㅊ
3번에서 쓴 것과 좀 비슷하죠? 이렇게 간단한 구조로 분류할 수 있는 건 한글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처음 보는 사람도 금방 익힐 수 있는 쉬운 문자죠.
6. 제한된 범위에 무한한 표현
한글은 조합을 해서 쓰는 유일한 글자이기 때문에 제한된 범위에 무한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단 한 두 글자로도 엄청나게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뷁-> 조합형 한글의 장점을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글자라고 할 수 있죠.
알파벳? 두 글자 쓴다해도 고작 26*26=676가지 밖에 안되는데 한글은 글자 딱 하나만 써도 초성 19개*중성 21개*(종성 27개+종성을 쓰지 않는 경우 1) = 11172가지의 서로 다른 표기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한하다는 말이 딱 맞죠. 한자? 가나문자? 알파벳보다도 많이 허접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건 위에 있는 것들인데, 한글의 장점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글은 위대하니까 역시 한민족은 대단해!' 같은 싸구려 민족주의를 느껴서도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세종대왕은 역시 킹왕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