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숨어있는 우리 역사의 비밀
이희수 | 한양대 교수·
외국 교과서에 실린 한국소개가 잘못되었다고 야단법석이다. 과거자료를 토대로 오늘의 발전된 한국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남과 북을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오류도 있다. 심지어 북한과 친한 일부 아랍국가의 교과서에는 아예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부정확한 내용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즉각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동 교과서에서 한국은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유산을 잘 간직하면서도 첨단기술과 경제발전에 성공한 모범적인 나라’로 묘사된다. 서구 국가와는 달리 닮고 싶은 모델이다. 최근 중동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과 한국상품 판매급증도 이러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바로 알리고 우리도 바로 알아야
그러나 외국의 교과서에 실린 우리 역사왜곡과 문화적 오류에 대해 그토록 분노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우리 교과서에 실린 제3세계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술은 공정한 편일까? 중동의 예만 몇 개 들어보자. 일부 중학교 교과서에는 이슬람교에서 그렇게 철저히 금하고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믿고 있는 무함마드의 그림이 버젓이 실려 있다. 외교분쟁감이다. 중동문화와 이슬람 종교의 부정적인 표현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도 우리는 아주 거침이 없다.
걸프해 명칭을 둘러싼 아랍과 이란의 자존심 대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걸프해로 흘러들어가는 수로 영유권 문제로 아랍과 이란은 8년간 전쟁을 치렀다. 아랍에서는 아라비아만으로, 이란에서는 페르시아만으로 부른다. 우리 교과서와 지도에는 예외없이 모두 페르시아만이다. 이란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독도라는 무인도를 두고 일본과 첨예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다른 나라의 영토표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과거 이란과 친하던 미국도 페르시아만으로 표기하다가 지금은 중립적인 표현인 걸프해로 바꾸어 쓰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와 벌이는 중동전쟁도 과거 페르시아만 전쟁에서 걸프전쟁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이런 잘못을 바로잡고자 외교부나 관련부처들이 나서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특히 한국을 바로 알리기 위해 현지 대학에 한국학과 개설을 지원하고, 한국학 전공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초청해서 장학금을 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 사업을 한다고 현지에서 한국문화전시회나 공연으로 현지인의 관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중동 속에 이미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한국에 관한 오랜 역사적 자료와 풍성한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여 현지 학자들로 하여금 한국학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도 요구된다. 중동 전역의 박물관, 도서관 고문서국 등에는 신라와 고려에 대해 기술한 귀중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다.
석유 말고, 우리 역사 자료도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것만 봐도 17명의 중동학자가 기술한 22권의 다양한 역사서, 지리서, 백과사전 등에 한반도에 대한 귀중한 고대자료들이 들어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은 훨씬 많을 것이다. 작년에는 한 이란 학자가 페르시아 고대 원전에 소개된 신라 관련 자료목록 30여권을 발표해서 우리의 관심을 끌었고, 금년 6월쯤에는 이란의 고대 구전 서사시인 <쿠쉬나메>란 책에서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신라관련 내용이 확인되어 학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해방 이후 60여년간 우리 학계는 이러한 연구에 매달릴 겨를이 없었다. 우선 필사본으로 되어 있는 어려운 고대 아랍어, 오스만어, 페르시아 원전을 해독하고 분석할 국내 연구자가 거의 없었고, 힘들게 공부해도 장래가 불투명한 학문을 택하는 후학들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 학자를 보내 한국역사와 언어를 교육하는 것과 함께 현지 한국학 전공자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한국 역사와 인문학을 그곳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하는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
중동에는 석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소중한 비밀들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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