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추석(秋夕)’에 해당하는 ‘중추절(仲秋節)’은 ‘춘절(春節)’과 함께 중국 최대의 명절이다. 음력 8월15일, 이 날은 가을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중추(仲秋)’라고 하며, 옛날 중국의 고대에 제왕들이 봄에 태양에게 제사 지내고 가을에 달에게 제사 지내는 의식이 민간에서도 점차 달을 향해 절하고 제사 지내는 풍속으로 전해지게 됐다. 매년 중추절이 되면 중국인들은 우리의 송편에 해당하는 동그랗게 달처럼 생긴 ‘월병(月餠)’이라는 빵을 정성 들여 만들어 달에게 제물로 바치고 난 후에 온 가족이 모여서 이것을 나누어 먹는다. ‘월병’은 밀가루, 땅콩, 밤 등의 과일로 만드는데, 맛이 달고 부드러우며 종류가 재료별로 달라서 수백 가지가 넘고, 지금도 명절선물로 친척이나 친구, 지인들 집에 선물로 보낸다.
중추절의 저녁달은 일 년 중 가장 둥글고 밝아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월병과 과일 등을 먹으면서 밝고 아름다운 가을달을 감상하며 즐겁게 보내는 전통명절이다. 중국인들은 온 가족들이 함께 둘러앉아서 가족들이 화목을 기원하고 조상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리며, 여자들은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빈다. 각지에 흩어져 살던 온 가족이 모여서 둥글고 원만하게 즐긴다는 의미로 다른 말로 ‘단원절(團圓節)’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풍속이 ‘24절기’와 함께 한국, 일본 등 동남아국가 등으로 전해지면서 중요한 한자문화권의 풍속이 됐다. 중추절은 약 3천년 전 은(殷)나라 때부터 시작됐으며, 다음과 같은 중추절이 유래된 고사(故事)가 있다.
오랜 옛날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나타나 땅을 뜨겁게 불태우고 지상의 물이 고갈돼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됐다. 이때 ‘후예’라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즉시 곤륜산(昆侖山) 정상에 올라가 신궁(神弓)으로 나머지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고 백성들을 재앙에서 구제했다. 그후 후예는 ‘상아(嫦娥)’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다.
어느 날 후예가 곤륜산으로 친구를 찾으러 갔는데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서왕모(西王母)와 만나게 돼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간다는 불로장생의 ‘불사약(不死藥)’을 얻었다. 후예는 차마 아름다운 아내를 홀로 남겨둔 채 하늘로 올라갈 수 없었으므로 그 약을 먹지 않고 아내 상아에게 잘 보관해 두도록 한다. 그러나 이 일을 뜻밖에도 후예의 식객이었던 봉몽(蓬蒙)이 알게 돼 그는 후예가 외출한 틈을 타서 상아에게 그 불사약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상아는 그에게 불사약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입에 그 약을 삼키자마자 바로 몸이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아는 하늘로 올라가면서 남편에 대한 걱정으로 더 이상 날아 올라가지 않고 인간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달에 내려 선녀가 됐다.
후예가 집으로 돌아온 후 시녀들이 이 사실을 후예에게 말해주었고, 후예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밤마다 달을 바라보며 상아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어느 가을 보름날, 그 달 속에는 상아와 똑같이 생긴 그림자가 비치자 후예는 제사상을 차려 상아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과 과일을 그 위에 차려 놓고 월궁(月宮)에 있는 상아에게 제사를 지냈다. 그날 이후 백성들도 상아가 신선이 돼 달에서 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달빛 아래서 제사상을 차려 상아에게 행복을 빌었다. 이때부터 민간에서는 달에게 절하는 중추절 풍습이 전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