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ㆍ이재철 대담 “기독교문화의 핵심은 바로 ‘섬김’
기독교문화와 비기독교문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은 비기독교문화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며,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지난 14일 서울 합정동 양화진외국인묘원 선교기념관에서 열린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이재철 목사의 특별대담’에서는
문화의 진정한 의미에서부터 기독교문화를 포함한 인간의 문화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특히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왕따 문화,
오늘날의 인간 문화에서 그리스도인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다뤄져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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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이어령ㆍ이재철 대담'이 지난 14일 오후 '문화'를 주제로 열렸다©양화진문화원 |
기독교문화는 ‘섬김’의 문화
이재철 목사와 이어령 전 장관은 기독교문화와 비기독교문화의 근본적인 차이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섬김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재철 목사는 “이 세상 자체가 하나님의 피조세계이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하나님을 위해서 쓰면 기독교문화가 될 수 있었다”며 “기독교문화와 비기독교문화가 본래부터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서 사용됐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무리 십자가로 장식하고 예수님의 ‘예’자가 수없이 들어가는 문화일지라도, 그 문화의 중심이 하나님을 드러냄이 아니라 인간 자신을 과시하려고 하면 그것은 기독교문화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기독교문화와 비기독교문화의 차이가 ‘섬김’에서 비롯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모든 종교는 인간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기독교만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몸소 희생해 주셨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성경에서 보듯이 기독교가 여자, 흑인, 노예, 장애인을 동등하게 대한 것은 모두 섬김의 결과로 나온 것”이라며 “기독교는 사람을 섬기는 문화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이어령 전 정관은 “선악과가 있던 에덴동산에는 컬쳐(culture)가 없었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는 순간, 그들은 부끄러움 알게 됐고 잎사귀로 몸을 가렸다. 이후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그냥 내쫓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해 친히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 이것이 바로 문화다. 즉,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최초의 문화를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령 “지혜보다 지식ㆍ문명 강조하는 기술이 문제”
오늘날 인간 사회의 문화에 대해 이어령 전 장관과 이재철 목사는 ‘지혜보다 지식과 문명을 강조하는 기술’과 ‘절대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신에 대한 오해’를 각각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태초의 약속은 주어진 자연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 맞는 문화를 만들어 살라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문화를 만드는 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된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기술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동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로만 쓰임으로써 인간은 점점 탐욕스럽고 본능만 채우려 하는 동물적인 존재가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예로 들면서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기술이 문화이고 열 길 물속을 재는 기술이 문명인데, 인간은 지금껏 열 길 물속을 재는 기술에만 치중했지, 한 길 사람 속을 헤아리는 기술에는 소홀했다. 지식은 문명을 해결해도 인간의 마음이나 영적 존재는 해결하지 못 한다. 그것을 해결하는 건 지혜이며, 지혜보다 앞선 것은 창조의 근원인 생명”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재철 목사는 오늘날과 같은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절대 진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마저도 지적 욕구 해소를 위한 문화적 산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실존체로서 만나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만약 신이 인간이 만들어 낸 조작물이라면 예수의 제자들이 맹수의 밥이 되고 화형과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까지 예수의 부활을 외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도 바울이 회심한 것도, 내가 26년 전 하나님께 내 삶을 드리기로 결단한 것도 각자의 지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밖에 계신 그분께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목사 “왕따, 가해자 되지 말고 피해자 되는 것 두려워 말자”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화’와 관련 이재철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두 가지 분명한 결단을 내려 줄 것을 당부했다. 어떤 경우에도 왕따의 가해자가 되지 말 것과 왕따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사람에게 빚진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며 “가령 우리나라에도 상위 1%들만의 사교 클럽이 들어와 있는데, 그것 자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한 클럽에 다닌다는 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 모임에서의 활동을 즐기고 있는 동안 나머지 99%의 사람들을 배제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목사는 “사람들은 의인을 향해 박수치지만 그 의인이 내 옆에 오면, 그 의인 때문에 내 삶이 불편해지면 그를 몰아낸다”며 “그리스도인마저 그렇게 한다면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왕따의 가해자가 되지 않고 진리를 위해서 스스로 왕따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런 그리스도인이 있는 주위에는 왕따 당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타인에 의해 왕따 당한 사람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몸소 보이자”
이어령 전 장관과 이재철 목사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행해야 할 마땅한 도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 전 정관은 “21세기는 서로 협력하고 사랑하는 공감의 시대”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은 바로 ‘공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서 슬픔과 아픔을 나누는 것, 이러한 공감이 바로 문화”라며 공감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그리스도인들이 힘쓸 것을 당부했다.
이재철 목사는 “전도는 말로 예수를 믿으라는 게 아니라, 내가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걸으면서 어떤 변화가 있는가를 보여주고 ‘여러분도 이 길 위에 오시지 않겠습니까’ 권하는 것”이라며 “문화를 뛰어넘어 태초부터 있었던 길, 예수께서 보여주신 길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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