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내 말 좀 들어보렴.
내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다.
거기엔 압정도 널려 있고
나무가시들과 부러진 널반지 조각들.
카펫이 깔리지 않은 곳도 많은 맨바닥이었다.
그렇지만 쉬지않고 열심히 올라왔다.
층게참에 다다르며,
모퉁이 돌아가며
때로는 불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을 갔다.
그러나 얘야, 절대 돌아서지 말아라.
사는게 좀 어렵다고
층계에 주저앉지 말아라
여기서 넘어지지 말아라
얘야, 난 지금도 가고 있단다.
아직도 올라가고 있단다.
내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는데도...
- 휴스. 제임스 랭스턴 -
어머니가 자신이 걸어 온 인생길을
끝없이 이어지는 층계에 비유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흑인 특유의 사투리를 쓰는 이 어머니의 삶은
그 누구보다 힘겨웠던 것처럼보입니다.
그래도 가시밭길 헤치고, 그 어둠 속을 더듬으며
층계를 올라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의연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도 매일매일 계단을 올라갑니다.
우리의 계단도 찬란한 수정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올라가면서 걸핏하면 다시 돌아 가고 싶고,
모투이를 돌기전
층계참에 앉아 마냥 쉬고 싶습니다.
허지만, 오늘도
쉬지않고 삶의 계단을 앞장서 올라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얘야, 사는 게 어렵다고 주저 앉지 말아라" 하는
어머니의 말씀이 가슴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 故 장영희교수의 영미시 산책 중에서 -
▒ 랭스턴 휴스(1902~1967)
미국 시인이자 소설가.콜럼비아대학 중퇴 후
잡지사 현상공모에서 詩부문 1등으로 입선.
블루스와 민요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1920년대
미국의 대표적 흑인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음.
어머니 / 서 정주
애기야......
해 넘어가, 길 잃은 애기를
어머니가 부르시면
머언 밤 수풀은
허리 굽혀서 앞으로 다가오며
그 가슴 속 켜지는 불로
애기의 발부리를 지키고
어머니가 두 팔 벌려
돌아온 애기를 껴안으시면
꽃 뒤에 꽃들
별 뒤에 별들
번개 위에 번개들
바다의 밀물 다가오듯
그 품으로 모조리 밀려 들어오고
애기야
네가 까뮈의 이방인(異邦人)의 뫼르쏘오같이
어머니의 임종(臨終)을 내버려두고
벼락 속에 들어앉아 꿈을 꿀 때에도
네 꿈의 마지막 한 겹 홑이불은
영원(永遠)과 그리고 어머니뿐이다.
어머니 / 이해인
당신의 이름에선
새색시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幼年)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어머니 / 조병화
어머님은 속삭이는 조국
속삭이는 고향
속삭이는 안방
가득히 이끌어 주시는
속삭이는 종교
험난한 바람에도
눈보라에도
천둥 번개 치는
천지 개벽에도
어머님은 속삭이는 우주
속삭이는 사랑
속삭이는 말씀
속삭이는 生
아득히, 가득히
속삭이는 눈물
속삭이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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