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우리말

[스크랩] 한글 지킴이 (김영호)

수호천사1 2008. 10. 10. 13:23

한글 지킴이

올해는 유독 탄생 100돌을 맞는 단체나 인물 등이 많다. 한글학회, 의사협회, 한국농촌공사, 한국 현대시, 신연극은 물론 윤봉길, 신채호, 김유정 등의 인물에 이어 서울시의 상수도 개통도 100돌을 맞는다.

이들 모두가 한국 근대사에 방점을 찍어 소홀히 대할 수 없지만 그 중 한글학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한글이 세계화와 디지털시대에 밀려 은연중 홀대를 받으면서 그 학회의 위상도 갈수록 ‘뒷방’으로 밀려나는 듯하기 때문이다.

국적 불명의 외래어가 간판이나 상품명을 대체한 지 오래다. 젊은이들의 인터넷 언어는 이미 암호 수준을 넘어섰다. 심지어 대학의 ‘제1호 학과’인 국어국문학과 폐지를 놓고 서울의 한 대학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1세기 동안 꿋꿋한 기개로 한글을 지켜온 한글학회의 목소리가 영 예전같지 않다.

한글 홀대에 대한 불만이 해외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전 세계에서 온 한글학교 교장은 한목소리로 재정이 부족해 한글학교가 문을 닫을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한국의 2, 3세들이 돈이 없어 한글조차 배울 수 없다니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그러니 해외 한국학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영국 더램대와 뉴캐슬대 등이 재정난을 이유로 한국어 강좌를 폐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독일 튀빙겐대, 미국 워싱턴대·메릴랜드대 등은 가까스로 폐지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도 시한부 상황이다.

주시경 선생은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고 갈파했다. 올해로 건국 60돌을 맞았다. 100돌을 맞는 2048년 대한민국의 미래상은 어떨까. 국제적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세계 2위로 전망한 시기가 그 100돌과 엇비슷한 2050년이다. ‘나라가 오르면 말이 오르듯’ 이때쯤 한글도 세계 공용어 반열에 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 가능성을 해외에서 더 인정해 주는 듯싶다. 지난해 한글이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공식어로 채택됐고 유네스코는 1989년 ‘세종대왕 문맹퇴치상’을 제정한 데 이어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한글 지킴이’ 탄생 100돌. 받침 하나를 놓고 목숨을 걸다시피 논쟁을 펴는 한글학자의 대쪽 기개를 한번쯤 보고 싶다고 하면 시대착오적 국수주의일까.

[[김영호 / 논설위원]]

출처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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