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은 무신론의 아버지인가?
국민일보 |
진화론은 신을 부정하는가? 올해 다윈 탄생 200주년을 보내면서 기독교인이라면 한번은 숙고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답변은 누구에게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현존 최고의 진화론자에게 물어보자. 대표적 인물로 옥스퍼드대 교수인 리처드 도킨스를 꼽을 수 있다. 도킨스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다윈 이전에도 무신론이 논리적으로는 가능했겠지만 지적으로 만족스러운 무신론자가 되는 것은 다윈으로 인해 가능해졌다"고 그는 선언한다. 최근 도킨스를 세계적 진화론자에서 세계적 무신론자로 각인시킨 그의 책 '만들어진 신'은 국내에도 소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도킨스에게 다윈의 진화론은 무신론을 지적으로 완성시킨 이론임에 틀림없다.
이번에는 진화론 문제와 관련해 가장 잘 알려진 기독교단체에 물어보자. 창조과학회가 금방 머리에 떠오른다. 1980년대 국내에 소개된 창조과학은 20세기 초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에 뿌리를 둔 반(反)진화론 운동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런 만큼 당연히 '진화론은 신을 부정한다'고 답한다. 상세한 답변은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답변을 듣고 싶은 인물은 이 질문에 대한 1차적 당사자인 다윈일 것이다. 진화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윈 자신은 신을 부정했는가? 사후 100년이 훌쩍 넘어 직답을 들을 길은 없지만 남긴 글을 통해 그의 생각을 읽을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치 않다. 그의 입장이 생애를 통해 변해갔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잠시 신학 공부를 하기도 했던 청년 시절의 다윈은 신의 직접 창조와 기적을 글자 그대로 믿는 문자주의적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 하지만 50세가 돼 '종의 기원'을 출간할 무렵 다윈은 신이 자연법칙을 통해 세상을 창조했다는 이신론(理神論)으로 기운다. 신이 진화라는 법칙을 만들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생명세계를 창조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년의 다윈은 불가지론으로 흘렀다. 죽기 3년 전 다윈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종교와 관련해 대체적으로 불가지론이 내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같은 편지에는 더욱 중요한 고백이 등장한다. "내가 가장 마음이 흔들렸을 때도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무신론자가 된 적은 결코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윈의 신앙은 약화됐고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다. 하지만 다윈은 신을 부정하는 자리에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던 것이다.
책은 저자의 손을 떠나면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다. '종의 기원'에 담긴 다윈의 진화론도 지난 150년간 다양하게 해석돼 왔다. 종교 문제와 관련해 진화론은 무신론적으로도 유신론적으로도 혹은 무관한 것으로도 모두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윈 본인은 진화론이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화론을 둘러싼 종교논쟁이 격화하면서 혹여 다윈이 무신론의 아버지로 이해돼 왔다면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에게 바른 자리를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박희주 명지대 교수·과학사
※자세한 내용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홈페이지 < www.dew21.org > '웹진'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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