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학

[스크랩] 개척교회 목사가 전도하던 날

수호천사1 2009. 10. 9. 09:42

개척교회 서 목사가 처음으로 전도하던 날

[작은교회 이야기] 궁극적 목적은 ‘지원’ 아닌 ‘살리기’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여기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말들도 참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본지는 ‘작은교회’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당장 내야 할 성전세를 놓고 하나님께 부르짖는 절박함, 교인 한 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헌신, 그리고 부흥을 향한 열망과 희망. ‘작은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로 그들의 현실과 잠재적 영성, 미래를 담아봤다.

 2009년 1월  겨울 어느날 오후 2시 서울 천호동. 한 곳에 모였던 중년 남성들이 한 명씩 거리로 흩어진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사람도 있고, “아자 아자”하며 함성을 지르는 사람도 보인다. 어떤 사람들일까? 가만히 뒤를 따랐다.

 “저…, 혹시 예수 믿으세요?” 
 그렇다. 눈이 하염없이 내린 이날,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거리로 나와 이렇게 전도를 했다.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박재열 목사, 이하 운동본부)와 함께하는 목회자들이었다. 운동분부는 매년 교인수 30명 미만의 120여 작은교회를 선정, 전도물품과 재정을 지원하고 세미나, 노방전도 등을 통해 그들의 성장을 복돋우고 있다.

 서울 봉천동에 약 2년 전 새소망교회를 개척한 서만석 목사도 같은 날 이들 무리 가운데 있었다. 교회를 개척하기 전 이미 자립된 교회에 청빙돼 목회를 했던 서 목사에게 전도 경험은 사실 이 때가 처음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이 시간 안에 1명 이상의 사람과 연락처를 주고받지 못하면 운동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막상 말을 붙이려 하니 입이 어찌나 안 떨어지던지, 눈은 또 왜 그렇게 많이 내려서 사람들도 종종 걸음을 치고, 시간은 자꾸 가는데…. 전도라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마음 굳게 먹고 오직 믿음으로 전하자 하면서 말을 걸었죠. 다행히 한 명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었어요. 어찌나 기쁘던지. 영혼을 인도하는 기쁨, 그 전도의 맛을 그 때 알았어요.”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는 매년 작은교회들에 전도물품과 재정을 지원하고 세미나, 노방전도 등을 통해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한 개척교회 목사가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도하고 있다.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제공


 ‘쌍방향’ 지원, 살리는 것이 목적이기에

 운동본부 본부장 박재열 목사(동선교회)는 8년간 작은교회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그 자신이 25년 전 교회를 개척해 지금의 재적성도 5천명의 교회로 성장시키면서 “작은교회가 살아야 한국교회가 산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백개가 넘는 작은교회에 매달 3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이 재정의 대부분이 박 목사의 사비로 채워진다.

 박 목사의 작은교회 지원은 조금 남다른 데가 있다. 지원의 방식이 일방적으로 돕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원대상 교회로부터 전도보고를 받는 등 1년간 꾸준히 지도하면서 ‘쌍방향’으로 이뤄진다는 것. 사역의 목적이 작은교회 ‘지원’이 아닌 ‘살리기’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출석성도 1백명을 이룰 때까지 월요휴무·공휴일·명절 휴가도 없이, 노회 및 지방회 등 공적 모임은 오전만 참석하고 낮 시간에는 오직 교회 부흥과 전도에만 힘쓴다. ▲매주 3일 이상 철야하며 부흥을 위해 기도하거나 설교를 준비한다. ▲한주 5일 이상, 매일 4시간 이상 전도한다. 그럼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이 기준에 따라 한 달을 살고, 운동본부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조금씩 결과도 나타났다. 지원 대상 교회 중 30% 정도는 1년간 교인수가 꾸준히 늘어 어엿한 자립교회로 성장했고, 지원을 받는 작은교회들이 서로 연합해 전도팀을 만드는 등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도 누렸다. 박 목사는 “전도만 하면 안될 게 없다. 나는 작은교회가 영혼구원의 사명을 다하도록 전도에 불을 댕기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했다.

 교인들 예배에 지원… 1년 만에 교인 1백명
 경기도 김포에 있는 샘솟는교회(조이제 목사)는 4년 전 개척 당시 자립이 어려워 교회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그러나 1년 후 어려움을 딛고 교인수 1백여 명의 자립교회로 성장했다. 같은 지역의 고촌교회(박정훈 목사)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다.

 고촌교회는 어려움을 겪는 샘솟는교회에 전도팀을 구성해 지원했고, 각종 문화사역 프로그램들을 공유했다. 특히 고촌교회 문화사역팀은 양 교회를 오가며 찬양예배 및 연주회를 진행했고, 각종 전도행사에도 참여해 샘솟는교회가 지역사회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무엇보다 고촌교회가 교인들을 샘솟는교회로 보내 함께 예배를 드리게 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주일예배에 빈 자리가 많으면 전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고촌교회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샘솟는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샘솟는교회 한 교인은 “고촌교회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었다”며 “목사님도 설교를 하면서 더 힘을 내셨고 새로운 사람들이 와도 별로 어색해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고촌교회 박정훈 목사는 “어느 교회나 다 개척의 시절이 있다”며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형제라는 마음으로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도운 것 뿐”이라고 말했다.

개교회·개교단보다는 단일 지원창구 필요

 이처럼 현재 한국교회의 작은교회 지원은 주로 개교회 차원에서 이뤄진다. 개교회 지원을 유형별로 나누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한 몇몇 대형교회가 자체적으로 작은교회를 지원하는 부서를 운영하는 경우 ▲중대형교회 목회자의 개인적 사명감에서 비롯된 경우 ▲목회자 개인적 친분에 의한 경우 ▲교단적 지침에 의해 지역의 자립교회가 몇 개의 미자립교회를 의무적으로 돕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교회적 지원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방적 지원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즉, 단순한 재정이나 전도물품 지원에 그쳐, 작은교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개척교회 목사는 “생활이 어렵다보니 막상 큰교회에서 지원금이 오면 금방 써버리고 싶은 유혹이 클 것”이라며 “작은교회 지원의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작은교회 지원에 대한 교단 차원의 접근에도 어려움이 많다. 오랜 기간 개교회 차원에서 이뤄진 작은교회 지원 시스템을 교단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교단은 회원 교회에 ‘권장’ 형식의 지원 방안만을 제시한 상태다.

한 교단 관계자는 “모든 교단들이 작은교회 지원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나 특별히 내세울 만한 정책이나 결과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단 자체도 교회가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만큼 강제성을 갖고 정책을 펴나가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역시 지난 2006년 총회를 거쳐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으나 개교회 차원의 지원 시스템을 넘기 어려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기성은 지방회로 지원창구를 일원화시켜 모든 작은교회가 공평하게 장기적, 안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정뿐만 아니라 영적, 인적 자원까지 전폭적으로 공유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박재열 목사는 “한국교회의 작은교회 지원은 대부분 개교회나 개인이 사명감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교단이 아니더라도 한국교회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어떤 창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매년 수백교회가 교회 성장을 꿈꾸며 우리 운동본부를 찾아오지만 현실상 다 받아 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목회자의 뒷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출처 : 예수가좋다오
글쓴이 : (일맥) 원글보기
메모 :